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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미국 학교 도시락 + 학교 이야기④] 하나를 배우고 또 하나를 배운다.

by new인생살기♡ 2024. 7. 10.

 

하나를 배우고 또 하나를 배운다.

 
 
미국에 와서 감사했던 점은 집만 나오면 깨끗한 공기와 따뜻한 햇볕을 마음껏 쬘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미세먼지로 고통받던 나로선 너무나 고마운 일이었다.

그와 더불어 아이가 한국에서는 특정 아이들만 접할 수 있는 승마나 골프 등을 여기서는 쉽게 접하고 저렴한 기회에 배울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땅이 넓은 나라라 그런지 스포츠를 배우는 공간의 스케일도 커서 그 또한 좋았다.

미국 학교는 여름방학이 길어서 서부여행을 로드트립으로 다녀올 수 있어 힘들었지만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 감사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불편한 잠자리, 입에 맞지 않는 음식, 위험한 순간들을 겪으면서 우린 성장해 갔던 것 같다.



(검은 콩밥, 파전, 계란말이, 스팸 구이, 망고, 딸기)

  SU를 만나다.  

아이가 말과 친해질 기회를 가지면 좋을 것 같아 지역센터에서 운영하는 승마 수업을 신청했었다. 처음엔 말똥 냄새도 싫고 말도 지저분하다고 안 가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첫날 자기 말이 배정되고 하루 시간을 같이 보내더니 갑자기 말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 하얀색에 약간의 점이 있는 말인데 이름이 수(SU)였다. 집에 와서도 SU 얘기를 계속하는 걸 보니 마음에 든 것 같았다.

첫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이가 말을 끌고 갈 때 앞만 보고 가야 하는 데 자꾸 뒤를 돌아봐서 이유를 물었다.

"나도 아는데 수가 잘 따라오는지 너무 궁금해서 그랬어. 그리고 엄마 뭐 하나 알려줄까 말 빗질할 때 손을 말에게서 떼면 안 되고 만지면서 해줘야 한대. 말이 시야에 안 보이는 데서 갑자기 빗질하면 놀란대. 나 말이 좀 좋아질 거 같아."
 
미국은 수업방식이 몸으로 하는 건 속성으로 알려주는 특징이 있는 것 같다. 아이는 두 번째 수업이 있는 날 바로 말을 혼자 타고 걸었다. 처음엔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말들이 순하고 아이들도 빗질을 해주며 금방 친숙해져서인지 거부감이 없는듯했다.

"엄마, 오늘 말을 탔는데 내가 구름 위에 붕 떠 있는 것 같았어. 너무 기분이 이상하며 좋았어. 그리고 선생님이 얘기해 주셨는데 말들도 친구가 안 오면 기다린다고 하더라. 뭔가 신기해. 그래서 내 말은 남자 친구가 있는데 자기가 수업을 마치고 올 때까지 남자 친구 말이 저 앞에서 기다리고 있데. 너무 멋진 것 같지 않아? 우리랑 똑같은 거 같아."

평소 말이라는 동물을 접할 기회가 흔치 않은데 이런 수업을 통해 말과 교감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아이가 말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사랑을 주고 있는 것 같아 그 또한 새로운 경험인 것 같아 고마웠다.

 
 

(새우볶음밥, 망고, 블루베리)

  다이빙, 두려움을 극복하다.  

주말에 아이랑 YMCA 수영장에 수영하러 갔었다. 수영장에 있는 아이들은 작은 다이빙대에서 물에 풍덩하고 뛰어들고 수영하며 놀고 있었다. 아이가 한국에서 수영을 접영까지 배우고 와서 당연히 다이빙도 두려움 없이 해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랑 수영장에 갔을 때 다이빙을 통해서는 물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에 비해 같이 간 친구들은 거리낌 없이 다이빙해서 개헤엄인지 영법을 알 수 없는 자신만의 수영 방식으로 수영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미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물을 친구 삼아 놀다 보니 물에 뜨는 방법을 자연히 알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도 YMCA에 수영 강습을 신청해 들어보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너무 잘한 일이었다. 미국 수영 강습 방식은 그냥 방임이다. 스스로 해나가게 하고 진도도 아주 빠르게 나아간다. 처음엔 뭐지? 이렇게 아무것도 안 알려주는 게 강습인가 의아했는데 어느새 스스로 아이들은 해나가고 있었다. 너무 신기했다.
 
 아이도 수심이 깊은 물 속을 다이빙하는 것이 엄청나게 두려웠다고 한다. 그런데 한 번 도전해서 성공하니 그다음부터는 쉽게 다이빙했다. 두려움이 사라진 건 아니었지만 여러 번 해보고 자신감이 들었다고 했다.

이처럼 아이가 처음엔 두렵고 어려워 보여도 실제로 한번 해보면 생각보다 재미난 일이 많다는 걸 하나씩 알아가게 된다는 게 너무 감사했다.

 
 

(참치 계란말이 밥, 망고, 청포도, 블루베리)

  골프, 자연을 느끼다.  

미국은 땅이 참 넓다. 이 덕분에 골프의 천국이다. 아주 저렴한 가격에 그림 같은 필드에 나가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아빠랑 같이 골프 치는 아이들도 많았다. 아이도 골프에 관심을 보여 아빠 따라 연습장에 다녔다.

미국 골프 연습장은 그냥 필드랑 비슷하다. 야외에서 공치는 연습을 해서 실제 필드에 나가서도 유리하다. 아이도 처음엔 답답한 실내 연습장을 생각하다 확 트인 푸른 잔디 위에서 연습하니 자꾸 가고 싶다고 했다.

골프하면 좋은 점이 햇빛을 받으며 자연과 함께 걸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거의 햇빛을 볼 일이 없다. 비타민D가 턱없이 부족하다. 전체 18홀 중 9홀만 돌아도 하루 만보는 채울 수 있다. 건강에 아주 유익하다.

연습장을 다녀온 어느 날 아이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공을 쳤을 때 잘 맞으면 나는 소리가 있는데 그 소리가 너무 좋아. 그 소리를 듣고 싶어 자꾸 연습하고 싶어져. 골프 참 매력 있는 운동인 것 같아. 내가 노력하면 그만큼 잘 치게 돼. 그게 좋아."

아이가 골프를 통해서 연습하면 할수록 자신의 실력이 조금씩 늘어나는 걸 몸소 느끼며 뭔가 또 하나를 배워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운동이란 게 하면 할수록 성장하는 게 보여서 아이들에게 공부만큼이나 살아가는 데 중요한 부분을 알려준다는 사실을 오늘 다시 새삼 깨닫게 되었다.
 
 
 

(만다린 오렌지 치킨, 주먹밥, 청포도)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다. 

미국은 아이들이 여름 방학이 길어 여행을 많이 간다. 우리도 용기를 내어 미국 서부 여행길에 올랐다. 차량을 가지고 하는 로드트립이라 챙길 짐도 많고 장기간 여행이라 부담도 되었다. 아이는 불편하고 고생할 게 눈에 보였는지 이번 긴 여행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아이는 미국 서부 여행의 시작인 콜로라도에 도착했을 때까지만 해도 얼굴에 웃음기는 없었다. 하지만 콜로라도주에서 로키 마운틴 국립공원 트레일을 다녀오곤 얼굴에 생동감이 느껴졌다. 눈 덮인 베어레이크에서 에메랄드 베이크까지 트레일은 어른인 나조차 숨이 턱턱 막힌 코스였다. 예상과 달리 아이는 이 트레일 코스가 너무 맘에 든다고 했다.

“엄마, 나 이제 등산 못할 거 같아. 왜냐하면 나 눈이 너무 높아진 거 같아. 이런 비현실적인 경치를 보며 트레일을 할 기회가 없을 거 같아서 하는 말이야. 진짜 너무 힘든데 멋진 거 같아. 나 여기 잘 온 거 같아.”

이 말 듣고 있는데 여행 준비하면서 느꼈던 힘듦이 눈 녹듯 사라지는 거 같았다. 사실 미국에 우리가 온 이유는 아이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경험하게 해 주고 싶었던 단 하나였다. 드넓은 미국 땅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방식, 대자연이 선물한 수많은 국립공원이라는 보석, 말로만 듣던 아이비리그의 명문대학들, 뉴욕, 시카고 각 주마다 가지는 특색에서 느끼는 경험을 하나하나씩 피부로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아이는 이 긴 여행을 통해 평소에 느끼지 못한 불편한 것들을 몸소 느끼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편하지 않은 잠자리, 입에 맞지 않는 식사, 고된 차 타기, 하루 이만 보 넘는 국립공원 일정 등 대견할 정도로 잘 견뎌주어서 감사했다. 아이는 분명 이 여행을 하며 세상을 배우고 마음도 그만큼 성장했을 것이다.

여행 중 아이가 가장 많이 한 말은 “I’ll go home.”이었다.
마지막 여행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 내비게이션에서 우리 집에 다 와간다고 알릴 때 아이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 집에 다 와 가니깐 왠지 가슴이 웅장해지는 것 같아. 집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 것 같아. 집에 가면 하고 싶은 게 산더미 같아. 빨리 가고 싶어. 벌써 집 공기가 느껴져.”
 
아이는 이번 긴 여행을 통해서 자연의 경이로움을 보기 위해 불편함을 견뎌냈던 기억과 예전엔 느끼지 못했던 당연한 집의 포근함과 편안함을 그리워하면서 느끼는 집의 소중함을 동시에 느끼는 것 같아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
 

 

(김밥, 망고, 청포도)

 그림 그리기는 지루하지 않다. 

아인 학교를 마치고 집에 있을 때 그림을 자주 그린다. 그림을 그리는 건 좋은데 부모 입장에서 눈이 많이 나빠져서 달갑지 않았다. 그림이 완성될 때까지 컴퓨터 화면을 뚫어져라 보니 당연히 눈은 점점 더 나빠졌다. 원래 시력이 나쁜 아이라 더욱 걱정되었다.

그날도 여느 날처럼 학교를 다녀와 노트북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시간이 한참 지났을 때 아이는 나에게 컴퓨터 화면을 좀 봐달라고 하며 자신에게 오라고 손짓했다. 아이는 자신이 그린 사람 그림들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그렸던 그림도 같이 보여주면서 자신의 그림 실력이 좋아진 것 같다고 뿌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봐도 확연히 실력이 향상되었다. 유튜브도 보고 혼자 이것저것 해보다 보니 어느새 예전과 다른 그림체가 되었다고 했다. 다른 건 하다 보면 지겨운데 그림 그리는 건 자꾸 그리고 싶다고 했다. 싫증을 잘 내는 아이가 그림 그리는 건 누가 하라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게 여전히 난 신기했다.
 
나도 어릴 적 생각해 보면 공부하라고 하면 하기 싫고 내가 좋아하는 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예전엔 공부하는 것만이 학생이 할 수 있는 전부인 것처럼 자랐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면서 직업을 선택한다는 생각을 잘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 시대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따라오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혼자 고민하다 아이와 진지하게 이 문제에 대해 의논했다. 서로 얘기한 끝에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대신 주말에만 시간 정해서 그리는 걸로 타협했다. 이렇게 약속하고 실천해 나가니 가정의 평화가 찾아왔다.

이젠 아이도 많이 자라서 어떤 문제든 부모의 일방적 해결책이 아닌 서로 의논하고 동의하에 규칙을 정할 때 지켜질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잼 바른 빵, 시금치 햄 치즈 또띠아, 딸기)

  라스베거스에서 당당히 말하다. 

우리가 미국 서부 로드트립 중 라스베이거스에 잠깐 머물렀을 때의 일이다. 낮엔 펄펄 끓는 용광로 같은 날씨를 가진 사막 도시라 우린 낮까지 숙소에 머물렀었다. 라스베이거스 하면 화려함이 떠오르듯 우리가 묵은 숙소도 딱 그랬다. 뭔가 거리감이 느껴졌다.

콜라 사건이 일어난 날도 더워서 지쳐 우린 방에 있었고 난 얼음이 필요해 아이스머신에 가려고 했다. 그때 갑자기 신랑이 시원한 콜라를 먹고 싶다고 했다. 난 아무 생각 없이 얼음을 담다가 아이스머신 옆에 콜라 자판기가 있길래 카드를 넣고 콜라를 뽑고 다시 뭔가를 눌렀더니 금액이 2번 결제가 돼버렸다. 그것도 1개 4.5달러니깐 총 9달러가 결제되었다.

방에 돌아와 속상함을 토로했더니 신랑이 핀잔을 주며 환불해 오라고 했다. 영어도 못 하는 내가 어떻게 환불해 오라는 건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 순간 아이가 같이 환불하러 가자고 했다. 우린 카드 결제 명세가 든 휴대전화를 들고 로비로 내려갔다. 아이가 안내원에게 다가가 사정을 얘기하니 고객서비스 쪽에 가보라고 했다. 또다시 한참 헤매다 우리를 도와줄 직원을 만나게 되었다.

아이는 당당하게 다가가 휴대전화 결재 명세를 보여 주고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처음 만난 직원은 자판기 번호를 알아야 한다는 복잡한 이야기를 하다 아이가 계속 뭐라고 하니 다른 직원에게 우리를 인계하고 가버렸다.

또다시 아이는 반복해 우리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 직원이 아이를 한참 보더니 자판기는 자신이 어떻게 해줄 수 없어서 그 대신 오늘 리조트 fee 47달러를 빼주겠다고 했다. 우란 사실 깜짝 놀랐다. 콜라 한 개 값을 받으러 왔었는데 10배 금액을 빼주다니 놀라웠다.

아이도 내심 놀라기도 하고 자신이 뿌듯한 듯 보였다. 우린 얼른 리조트 fee를 빼준 종이를 들고 객실로 뛰어갔다. 신랑에게 의기양양하게 종이를 들이밀며 아이의 활약상을 얘기했더니 신랑도 의외의 성과에 놀라는 듯했다. 왠지 통쾌했다. 옆에 있던 아이도 입을 열었다.

"아빠, 내가 여러 명의 직원분께 사건 전말을 이야기하고 콜라 한 개 돈을 돌려받고 싶다고 했는데 뜻밖에 많은 금액의 혜택을 줘서 나도 깜짝 놀랐어. 내가 영어로 설명하고 문제를 해결했다는 게 너무 뿌듯해. 아빠가 환불해 오라고 할 땐 좀 그랬는데 결과적으로 잘된 일이 되었어."

아이는 나랑 힘을 합쳐 의외의 성과를 내며 사건을 해결하면서 뭐든 안될 거 같아도 한번 해보면 예상과 다른 좋은 결과가 날 수 있다는 걸 또 하나 배우게 되었다. 이번 라스베이거스 콜라 사건은 우리 추억 속에 오래 기억될 거 같다.

 
 

(치킨, 구운 떡, 망고, 청포도, 블루베리)

  이름 새겨진 해리포터 지팡이를 가지다. 

LA에 가면 꼭 가야 하는 곳이 바로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이다. 여러 가지 어트랙션 중 우리가 가장 고대하던 건 바로 해리포터 어트랙션이었다. 아이가 해리포터 시리즈는 책, 영화, 뮤지컬까지 다 본 터라 기대감이 최고치였다.

해리포터 존에 들어서는 순간 그냥 여긴 해리포터 세계 그 자체였다.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내가 책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아이도 이 세상에 매료되어 이미 마음을 뺏겨 버린 듯했다.

우린 얼른 해리포터 포비든 구역으로 향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대기가 밀렸다. 50분은 족히 줄을 서야 했다. 그래도 어트랙션 가기 전 해리포터 세상을 구경하며 들어가게 돼 있어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었다.

드디어 어트랙션에 탑승했다. 정신없이 마법 학교로 가는 길을 영상과 실물을 섞어 연출해 놓았는데 정말 마법세상에 온 것처럼 느껴졌다. 어른인 나조차 너무 재밌고 신기하고 놀라웠다. 줄을 아무리 서도 이건 또 타고 싶어서 한 번 더 탔었다.

아이는 어트랙션을 타고난 후 나의 손을 꼭 잡더니 마법 지팡이 상점 쪽으로 쓱 데리고 갔다. 그리곤 너무 갖고 싶었던 해리포터 지팡이를 꼭 사야겠다고 했다. 가격이 꽤 했지만 동심을 지켜주고 싶었고 이 지팡이로 해리포터 존에서는 마법으로 움직여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좋은 추억이 될 거 같아 흔쾌히 사주었다. 특별함을 더하기 위해 돈을 더 주고 이름도 지팡이에 새겼다.

아이는 지팡이를 들고 돌아다니며 마법을 부리고 그 마법에 따라 움직이는 물건들을 보며 엄청나게 신나했다. 마법 주문으로 커다란 문이 열릴 때는 마치 아이는 자신이 해리포터의 주인공이 된 듯 진지해 보였다. 마냥 좋아하는 아이를 보며 지팡이를 사준 내가 너무 뿌듯했다.

집으로 돌아갈 때쯤 아이는 지팡이를 꼭 안고 걸으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엄마, 나 이때까지 솔직히 물건 좀 소중히 생각 안 했었잖아. 근데 내 이름이 새겨진 이 마법 지팡이는 너무 소중해서 내가 평생 꼭 간직할 거야. 왜냐하면 이건 그냥 지팡이가 아니라 내 이름이 새겨진 내 지팡이니깐 그렇게 할 거야. 너무 소중해."

이 말을 듣는데 왜 내 입가엔 웃음이 번지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아이가 이름 새겨진 지팡이를 통해서 의미가 부여된 물건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 같아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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