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학교 도시락 메뉴
+ 학교이야기
막상 나이가 들어 미국에 오니 어른인 나조차 두려움이 커진다. 아마 아이는 더 떨리고 두려울 것이다. 영어도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 학교를 다닌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학교에 가면 오롯이 혼자서 다 해나가야 하는 아이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해 보았다.
바로 점심 도시락을 맛있게 싸주어서 점심시간만이라도 즐겁게 지내게 해주고 싶었다. 요리 솜씨도 좋지 않은 나지만 한번 해보자 마음먹었다. 그러고 나니 막상 뭘 어떻게 도시락을 싸야 할지 너무 고민되었다. 이럴 땐 연습만이 답이라 생각했다. 요리 실력이 없는 나에겐 어려운 미션수행이었다.
우선 김치가 들어간 냄새가 강한 음식은 되도록 피했다. 아침에 간단히 만들 수 있으면서 제일 중요한 아이 입맛에도 통과를 해야 한다. 미국 도착하자마자 매일 연습한 끝에 7가지 도시락이 완성되었고 돌아가며 약간의 변형을 주며 도시락을 싸 주었다.
1.김밥+Trader Joe's 치킨너겟
김밥은 미국에서도 요즘 핫한 음식이라 꼭 도시락에 넣고 싶었다. 김밥 안에 속 재료만 바꿔서 싸면 여러 가지 종류로 쌀 수 있어서 정말 좋은 아이템이었다. 한국에서는 맛난 김밥을 24시간 언제든 사 먹을 수 있어서 김밥을 싸는 수고로움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김밥은 나에겐 어려운 과제였다.
처음 쌀 때는 뜨거운 밥을 김에 올려 김이 쪼그라들기도 하고 김밥을 썰다가 다 터지기도 했다. 김의 앞뒤도 몰라 매끈한 면에 밥을 올려놓고 쌌다. 밥도 너무 꼬들꼬들한 걸 사용해 시간이 조금 지났는데도 정말 냉장고에서 바로 나온 김밥처럼 딱딱해졌다. 여러 번 실패 끝에 이젠 김밥을 빠르게 맛있게 쌀 수 있게 되었다.
Trader Joe' s chichen breast nuggets는 글루텐 프리 제품이다. 한국의 치킨너겟이랑 맛이 비슷하지만 트레이더조의 치킨너겟은 좀 더 건강한 맛이 난다. 코스트코에서 치킨너겟을 사봤지만 아이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whole foods에서 산 Honey Mustard 소스를 찍어서 먹으면 어른인 내가 먹어도 너무 맛있다. 원래는 오븐에 구워야 하지만 바쁜 아침이라 난 에어프라이기로 앞 15분, 뒤집어서 12분 돌려서 완성한다. 닭요리는 식어도 맛있어서 도시락엔 제격이다. 치킨너겟을 머스터드에 묻혀서 도시락에 넣어줬더니 식어도 촉촉하게 맛있었다고 했다.
(에피소드)
아이의 첫 등교 날 떡국 한 그릇 끓여서 주었더니 두 숟가락 입에 넣더니 먹지 않았다. 아이의 얼굴은 어둡고 침울해 보였다. 나중에 물어보니 첫날이라 떨리기도 하고 간단한 테스트가 있는 날이라 긴장이 되어서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나도 첫날이라 새벽에 깨서 잠을 못 잤다. 혹시나 잠들었다 못 일어날까 봐 도시락을 못 쌀까 봐 아예 잠을 안 잤다.
아침 도시락은 간단히 싸려고 했지만 오늘만큼은 입맛에 맞는 도시락을 싸주고 싶었다. 그래서 김밥도 싸고 치킨너겟도 하고 없는 솜씨에 최선을 다했다. 그 마음이 좀 전달됐는지 아이가 김밥 하나를 집어 먹더니 맛있다고 해주었다. 신기하게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하면서 피곤한데도 그 한마디에 피로가 녹는 듯했다.
도시락이 든 가방을 메고 아파트 앞 스쿨버스가 오는 장소에 가니 아이들만 여럿 나와 있었다. 한국과 다르게 미국은 부모들이 스쿨버스 탈 때 배웅을 하지 않고 아이들만 보내는 것 같았다. 미국 아이들 속에 우리 아이는 너무나 작아 보였다. 아이는 떨려서 얼굴이 경직되어 있었고 나도 왠지 모르게 떨리고 긴장이 되었다.
그리고 정말 미국 스쿨버스는 1분 1초도 기다려주지 않고 제시간에 학교로 출발했다. 이 스쿨버스를 놓치면 학교에 데려다줘야 한다. 정말 정확한 미국식 시간 지킴이었다. 매일 스쿨버스 탈 때는 시간을 꼭 지켜서 나와야겠다고 다짐했다. 집에 오는 길에 내일은 아이가 긴장이 조금 풀려 웃으면서 학교에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 하교 시간이 되었다. 미리 마중을 나가 있었다. 노란색 스쿨버스에서 아이가 내린다. 난 오로지 도시락이 궁금했다. 집에 오자마자 도시락 가방을 열었는데 '오! 예.'다 먹었다. 난 정말 너무 기뻤다. 갑자기 요리에 대한 자신감이 불끈 올라왔다. 연습한 보람이 있었다. 첫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사실 첫 등교하는 날 긴장도 되고 입맛도 없는 데 점심이라도 맛있게 먹고 기분이 좋아지기를 바라면서 싼 거라 빈 그릇이 나에겐 너무 큰 선물이었다.
2.소떡소떡+비비고 만두
원래는 소떡소떡을 해주려 했는데 아이가 소시지를 안 좋아해서 떡볶이 떡만으로 소떡소떡 양념(고추장 1, 케첩 2, 물엿 1, 진간장 1/2, 물 3)을 넣고 조리했다. 일단 떡을 살짝 삶아 90퍼센트 정도 익히고(너무 무르지 않게 익히는 게 중요)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구워준다. 어느 정도 구웠을 때 양념장을 넣고 졸여주면 끝이다.
아이의 요청으로 미니 비비고 만두도 떡을 조릴 때 넣고 같이 조려서 도시락에 넣어주었다. 너무 간단한 데 아이가 너무 맛있다고 좋아했다.
미국은 점심시간이 짧아서 도시락에 넣어준 과일을 먹을 시간이 없을 때도 있어서 숟가락으로 떠먹는 밥은 아이가 싫다고 했다. 포크로 찍어서 한입에 쏙 들어가는 음식을 원했기 때문에 만든 도시락 메뉴이다. 킨더조이는 밥 먹고 옆에 친구들 나누어 주고 싶다고 넣어달라고 해서 넣어줬다. 아이들이 맛있다고 좋아했다고 한다. 역시 킨더조이는 맛있다.
(에피소드)
"엄마, 내가 미국학교에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어. 그런데 처음엔 학교 가기 싫고 두렵고 낯설었어. 그런데 거기 선생님들이 많이 도와주신다. 나의 이름이 어려운데 간단히 부를 수 있는 이름을 내가 알려줬는데도 나의 full name을 물어서 반복해서 연습해서 불러주셨어. 난 진짜 감동받았어. 내 이름이 미국인이 발음하기엔 너무 어렵거든.
그리고 내가 스쿨버스 탈 시간에 가방을 교실에 나 두고 왔어. 그때 내가 용기 내서 I left my bag in my classroom이라고 했는데 알아들으시고 나를 데리고 같이 교실로 가주셨어. 뭔가 내 마음에 뿌듯한 감정이 올라왔어. 내가 영어를 말하고 내 말을 알아듣고 하는 게 너무 신기했어. 막연히 학교 가기 싫다고 생각했는 데 막상 학교에 가보니 생각했던 거보다 좋은 점도 많은 거 같아."
"그리고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정말 자유롭다 못해 선생님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한국엔 한 반에 한 두 명 수업 흐름을 끊어지게 하는 애들이 있는 데 여긴 한 반에 그런 아이들이 아주 많아. 그런데도 선생님들은 다 잘해 나가시는 거 같아. 여기가 다국적 아이들이 많아서 그런지 영어 나보다 못하는 애들도 있어서 나 좀 괜찮았어. 스페인어 하는 애들은 정말 영어 발음이 충격 그 자체였어. 그래서 나 자신감을 가져도 될 거 같아. 조금만 노력하면 나 잘할 수 있을 거 같아. 숙제가 좀 있긴 하지만 해보려고 해. 내가 좀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어."
"점심시간이 너무 짧아서 내가 좋아하는 청포도를 먹으려는 순간 점심시간이 끝나버렸어. 뭔가 입에 음식을 쓸어 넣는 느낌이랄까 이건 정말 안 좋아. 한국 급식과 자유로운 점심시간이 너무 그리워. 그리고 하루 종일 너무 배가 고팠어. 집에 오자마자 엄마가 불닭 라면을 먹게 하지 않았다면 난 정말 쓰러졌을 거야. 사실 나 집에 오면 쓰러질 줄 알았거든. 근데 괜찮았어. 그것도 신기해. 그래도 엄청 배고픈 데 엄마가 싸준 도시락 맛있어서 좋았어. 고마워."
걱정했던 것보다 아이가 학교생활에 조금씩 적응해 나가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그리고 나의 도시락이 아이의 낯선 학교생활에 작은 기쁨이 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아이에게 나중에 들으니 학교 급식이 맛도 없기도 하지만 점심시간의 짧은 시간 동안 줄을 많이 서서 급식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자연히 밥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또 줄어서 정말 허겁지겁 먹어야 하기 때문에 더욱 도시락을 싸고 싶다고 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듯 우리도 미국의 법을 따라야 한다. 하지만 미국 학교 점심시간은 짧아도 너무 짧다는 생각을 지울 순 없었다.
3.주먹밥+whole foods 새우볼
도시락에 언제나 만만한 주먹밥을 만들어 보았다. 베이컨 가루에 밥과 참기름을 넣고 동글동글 만들어 주면 끝이다. 정말 아주 간단하다. 아이가 좋아한다면 햄을 잘게 볶아서 넣어도 되고, 참치를 넣어서 만들어도 된다. 무한 변신 아이템인 주먹밥을 도시락으로 쌀 때는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주먹밥에 whole foods에서 산 Boom Boom shrimp를 더해 주면 한 끼가 완성된다. 냉동 새우볼을 오븐에 구워도 되지만 튀김기에 튀겨서 먹으니 바삭하게 더 맛있었다. 아이도 도시락을 먹어보더니 엄지척을 올려주었다. 도시락 싸고 남은 새우볼은 햄버거 빵에다 소스를 바르고 양상추 올리고 넣어 먹으면 하교 후 간식으로 안성맞춤이다.
원래는 도시락을 2단으로 싸갔었는데 아이가 양도 많고 먹을 시간도 부족해 1단 도시락으로 싸달라고 해서 언제가부터는 더욱 간단히 싸서 보냈다. 미국은 한국처럼 점심을 푸짐하게 먹는 게 아니라 가볍게 점심 먹는 느낌이 들었다.
(에피소드)
미국은 학교에서 크롬북을 나눠주고 그것을 통해 수업이 진행된다. 수업을 마치면 집으로 가져와 충전을 해가야 한다. 근데 이 크롬북이 진짜 돌덩이를 드는 것처럼 무겁다. 어른인 내가 들어도 손목이 나갈 지경이다. 덩달아 가방 무게는 상상 초월이다. 한국에서 거의 빈 가방 들고 다니다 꽉 찬 무거운 가방을 매일 들고 다니니 힘이 들 수밖에 없다. 집에 오면 “ 엄마, 가방이 너무 무거워.” 가 첫마디인 이유였다.
미국 중학교는 학부모 포털 사이트가 있어서 아이의 학교 수업 일정, 숙제 상태 체크, 특별한 일정 등을 세심하게 알 수 있다. 미국 학교도 과제를 수업 시간에 다하면 끝이지만 못하면 집에서 해야 한다. 포털사이트에는 그날 숙제 마감일이 떠 있다. 이걸 놓치면 해당 점수를 받지 못한다. 지인의 말론 마감일을 놓치는 일은 남자아이들에겐 흔하다고 들었다. 숙제를 안 해서가 아니라 가방에 든 다한 숙제를 내는 걸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여기 학교는 마감일이 넘은 숙제는 절대 받지 않는다.
처음 학교를 방문했을 때 아이들이 정말 큰 가방을 메고 돌아다니는 걸 보고 왜 저렇게 큰 가방을 메고 다닐까 의아했었다. 알고 보니 쉬는 시간이 있어도 사물함을 사용할 시간이 부족해 다들 무거운 가방에 모든 걸 넣고 다니는 거였다. 아이도 한국에서 책가방을 챙겨 왔었다. 하지만 아이도 크롬북, 도시락, 바인더 등 물건들을 다 넣어 다니기엔 너무 작아 큰 가방을 다시 구매했었다.
4.수제 햄버거
수제 햄버거는 코스트코 ORGANIC GROUND BEEF에 불고기 양념을 해서 패티를 만들어 하루 정도 숙성시킨다. 다음 날 햄버거 번에 머스터드소스를 바르고 안에 양상추, 치즈, 토마토 등 원하는 재료만 넣어 만들어 주면 끝이다. 정말 간단하다. 집에서 먹을 때 양파와 토마토, 피클 등 재료를 많이 넣어서 먹는다. 하지만 도시락은 간편하게 먹어야 해서 쇠고기 패티, 양상추, 치즈까지만 넣고 싼다. 햄버거를 도시락에 넣을 때는 미국식 점심 도시락을 싸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다 보니 코스트코에 갈 때마다 ORGANIC GROUND BEEF는 꼭 사는 재구매 템이다. 양념해서 패티를 만들어 냉동실에 재워 놓으면 언제든 맛있는 햄버거나 떡갈비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진짜 이건 너무 맛있고 건강에도 좋다.
(에피소드)
"엄마, 오늘 도시락에 햄버거 싸갔는데 진짜 한국 롯데리아에서 먹던 불고기 햄버거 맛이랑 똑같아. 엄마, 알지? 나 햄버거, 피자 이런 거 안 먹는 거. 근데 오늘 싸준 햄버거는 진짜 맛있었어. 한 일주일은 이것만 싸가도 좋을 거 같아. 사실 점심 먹고 4시까지 계속 수업이라 에너지가 떨어지는 데 이번엔 하교 때까지 배 안 고팠어. 쇠고기 패티가 두툼해서 한 개 다 먹으니깐 배도 부르고 딱 좋았어. 엄마, 진짜 칭찬해. 사랑해."
아이의 칭찬에 기분이 너무 좋았다. 사실 햄버거를 싸줘도 괜찮을까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아이가 너무 좋아해서 감사했다. 아이와 반대로 밥 대신 햄버거 이런 거 먹으면 배가 빨리 꺼지지 않을까 걱정했었는 데 쇠고기 패티를 두툼하게 해 줬더니 반응이 좋아 걱정과 더불어 아침의 수고로움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 같았다.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이었다. 날씨는 우중충했지만 아이는 밝게 웃으며 내 옆에 앉아 재잘재잘 오늘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 주었다. 내가 학교생활을 궁금해하니 한국 생활과 다른 게 있으면 아이가 꼭 말해준다. 미국 학교에는 우산꽂이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축축한 우산을 하루 종일 들고 다녔다고 한다.
개인 사물함을 1달러에 신청받지만 지인의 아이가 쉬는 시간이 짧고 다이얼 돌리는 사물함이라 안 쓰는 아이들도 많다는 말을 듣고 처음엔 신청하지 않았다. 물 떨어지는 우산을 들고 수업을 다닌 후에야 우산이나 가끔 쓰는 물건을 보관하기 위해 뒤늦게 사물함을 신청했었다.
근데 아이가 사물함을 써보더니 아이들이 왜 사물함을 잘 사용 안 하는지 알겠다고 했다. 사물함이 번호를 세 개 맞춰야 하는데 예를 들어 처음엔 세 바퀴 돌리고 30, 반대로 한 바퀴 돌리고 21, 또 돌리고 7을 돌려야 해서 짧은 쉬는 시간에 이걸 맞춰서 열기가 너무 어렵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아이도 실제로 사물함을 잘 사용 안 하게 되었다고 한다.
5.참치 쌈밥+계란말이
참치 쌈밥은 라이스페이퍼를 반으로 자르고 살짝 뜨거운 물에 적셔서 그 위에 밥을 넣고 참치 쌈장을 넣어서 말아주면 끝이다. 모양을 내려면 자른 김으로 감싸도 좋다. 참치 쌈장도 대충 집에 있는 쌈장에다 참치를 넣고 야채 다져서 만들면 끝이다. 혹시나 라이스페이퍼가 없다면 케일을 이용해도 좋다. 케일을 살짝 데쳐서 찬물에 헹궈 준비하면 된다. 만드는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고 라이스페이퍼의 쫀득한 식감이 아이의 입맛에도 맞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도시락 메뉴다.
집에서 시험적으로 만들어서 내가 먹어보고 맛있어서 도시락에도 넣어줬더니 아이도 느끼한 음식보다 먹고 입안이 깔끔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고 했다. 참치 쌈밥 옆에 곁들일 반찬을 찾다 계란말이를 이쁘게 구워서 넣어 줬더니 아이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 당연히 계란이야 어떻게 해도 맛있는 건 모두 인정.
* 참치쌈장 : 참치통조림, 시판용 쌈장, 양파, 대파, 들기름, 코코넛 슈가(난 설탕 대신 사용)
㉮ 팬에 참치통조림 기름을 두르고 잘게 썬 양파, 동글동글 썬 대파를 넣고 파기름을 만들어 준다.
㉯ 참치, 시판용 쌈장, 코코넛 슈가 반스푼 넣어서 볶아준다. (기호에 맞게 고추장이나 청양고추를 더해도 된다)
㉰ 마지막에 불을 끄고 들기름을 넣고 섞어준다.
이 참치 쌈장은 넉넉히 만들어 놓고 상추에 밥이랑 싸 먹어도 맛있고, 밥에다 참치 쌈장 올리고 계란프라이 하나를 올려서 먹어도 한 끼 맛있게 먹을 수 있어 항상 집에 만들어 놓는다.
* 계란말이 : 계란 5개, 파, 맛살, 소금 한 꼬집, 아보카도유
㉮ 계란을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한다.
㉯ 흰자에 동그랗게 송송 썬 파, 맛살 가늘게 찢어서 넣고 소금 한 꼬집으로 간하고 저어준다.
㉰ 기름을 두른 팬(사각 팬이면 더 좋다)에 잘 저어준 흰자를 넣고 돌돌 계란을 말아준다.
㉱ 잘 말아서 구운 계란 옆에 잘 저은 노른자 물을 살짝 부어 돌돌 말면 끝이다.
(에피소드)
"엄마, 오늘 점심시간에 도시락 열어보고 하얗게 말아서 있는 건 뭐지? 이상한 것 아닌가? 의심하며 한 입 배어 물었는 데 너무 쫀득하고 맛있어서 깜짝 놀랐어. 안에 든 거는 뭐야? 고기 없는 거 같은 데 고기 맛나더라. 여하튼 맛있었어. 다음에 또 해줘.
계란말이도 특이했어. 안에 하얗고 밖은 노랗고 어떻게 만든 거야? 오늘 도시락 좀 괜찮았어. 안 그래도 오늘 내가 좋아하는 수학 수업을 제외하곤 수업도 지루하고 학교생활 재미없었는데 점심시간은 좀 즐거웠어. 도시락 여니깐 예뻐서 나 다 먹었어. 엄마가 따로 담아준 포도도 싹 다 먹었어. 오늘 도시락 굿! 엄지척! 다음에도 이렇게 싸줘."
갑자기 기분 지수가 상승한다. 아이의 칭찬은 나를 춤추게 한다. 또 내일은 뭘 쌀까 고민에 빠지게 된다. 아이의 반응이 좋아 솜씨 없지만 점점 노력하게 된다. 사실 오늘 운전면허 필기시험 공부하느라 기분이 좀 다운되어 있었다. 미국에서 운전을 하지 않아도 신분증이 없는 나는 운전면허증을 따야 했다. 그래서 요새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가 이렇게 말해주니 뭔가 의욕이 다시 생기기 시작했다.
"엄마, 그리고 오늘 math 시간에 일본인, 미국인 친구와 같은 팀이 되었는데 그 아이들이 나보고 우리보다 내가 수학을 더 잘하는 거 같다고 했어. 내가 아이들보다 수학을 잘한다는 사실보다는 영어로 말하는 그 아이들의 대화를 내가 알아들은 게 너무나 신기하고 뿌듯했어. 나 점점 영어를 잘 알아듣고 하는 말도 늘어가는 같아. 그리고 여기 아이들이 수학을 잘 못해서 미국에서 한국 아이들은 다들 수학 천재인 듯 생각해. 한국이 수학 강국인 거 같아서 기분 좋았어."
그렇다. 한국 아이들의 수학 실력은 정말 세계적이다. 한국 아이들은 간단한 수학 계산은 기본적으로 암산으로 한다. 반면에 여기 아이들은 수학 시간에 계산기를 사용한다. 아이가 수업 시간에 있었던 일을 얘기해 준 것인데 수업 내용이 25-17은 얼마일까요? 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걸 아이들이 7이라고 말하더란다. 자기는 깜짝 놀랐다고 한다. 어떻게 저게 7일 수 있지. 심지어 옆에 아이는 계산기로 그걸 계산을 하고 있어서 순간 답이 7인가 생각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는 수학 시간이 아주 쉽고 즐거워서 좋아하게 되었다.
6.치즈베이컨말이+lemon curd 잼빵
치즈베이컨말이는 아이가 점심시간에 보니깐 어떤 친구가 베이컨으로 밥 말아 싸왔던 데 나도 그렇게 한번 싸달라고 해서 싸줘 봤다. 베이컨에 치즈를 올리고 안에 주먹밥을 넣고 돌돌 말아 구워주면 끝이다. 처음 만들 때만 해도 주먹밥 양을 조절 못해서 뚱뚱이 베이컨 말이가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적당한 크기로 잘 만다. 베이컨이 짭조름해서 다른 간은 하지 않아도 맛있다.
혹시나 양이 부족할까 봐 트레이더조의 lemon curd 잼을 바른 빵을 같이 넣어줬다. 이 트레이더조의 lemon curd 잼은 정말 어느 빵에 발라먹어도 상큼하고 맛있다. 트레이더조에 가면 내가 무조건 쟁여오는 잼 2종 세트가 있다. 하나는 이 lemon curd 잼이고 또 다른 하나는 Fig butter 잼이다. 둘 다 진짜 입에 짝 붙는 맛이다.
포도는 아이의 최애 과일이라 언제나 담아 보낸다. 음료수를 넣어주지 않아서 목이 막힐까 봐 항상 포도를 넣어준다. 다른 과일은 물이 나오기도 하고 깎으면 말라버리고 해서 항상 포도를 넣어 준다.
(에피소드)
"엄마, 내가 여기 학교에서 선생님들에게 가장 많이 듣고 들리는 말이 뭔 줄 알아? 그건 It's okay if you mess up today랑 Just do your best란 말이야. 미국 학교 선생님들은 한국이랑 좀 다른 게 어떤 일을 망쳐도 모든 건 괜찮다고 말해주셔. 잘하면 칭찬해 주시는 데 절대 못 한다고 야단치지 않으셔. 최선만 다하라고 하셔. 아주 긍정적인 거 같아. 이런 점은 참 좋은 거 같아."
맞다. 한국은 경쟁이 일상화되어 있는 나라이다. 나도 그런 교육체계에서 공부했고 자라왔다. 나의 기준에서는 이것도 잘한 것인데 나보다 잘한 아이의 뒤를 바라보며 그렇게 살아왔다. 여기에선 경쟁보다는 서로를 인정해 준다. 어떤 것을 잘하면 그것을 인정해 주고 못해도 야단치지 않고 그냥 둔다. 그야말로 자유롭다. 학교를 마치고 대학 진학을 해도 좋고 바로 취업을 해도 좋다. 그 아이들을 주위의 부모들은 칭찬해 주고 격려해 준다. 이런 점은 참 부러운 문화이기도 했다.
"엄마, 나 사회시간에 깜짝 놀랐잖아. 왜냐하면 오늘 사회선생님께서 나에게 편지를 주셨어. 엄마가 수업 fee를 낼 때 같이 준 한국 책갈피를 선생님이 받으시고 너무 고마우셨데. 선생님한테 아이들 책 읽어줄 때 딱 책갈피가 필요했는데 내가 한국 전통 책갈피를 줘서 매일 잘 사용하고 계시데. 선생님 편지 받으니깐 기분이 너무 좋고 사회시간이 좀 좋아진 거 같아."
여기 학교에선 각 수업마다 수업 fee가 따로 있다. 많은 돈은 아니다. 보통 $1나 $3이고 많아 봐야 $10달러이다. 이 돈은 준비물을 가지고 오지 않은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재료를 제공해 주시는 데 이걸로 비용을 충당하시는 것 같았다. 이 돈도 많지 않아 어떤 선생님은 자신의 사비로 물품을 채워서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학기 초에 wish list라고 각종 물품을 기부받기도 한다. 말 그대로 내고 싶으면 내고 안 내고 싶으면 안 내도 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건 좋은 걸 사서 냈다. 왜냐하면 준비물을 챙겨 오지 못하는 다른 아이들이 사용할 물건이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기부문화가 아직 보편화되어 있지 않지만 미국은 기부가 삶의 일부인 것 같았다. 이런 보편화된 기부문화가 부럽기도 하고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되었다.
7.치즈감자전+호두조림+단무지
매일 밥 종류만 도시락을 싸 준 거 같아서 치즈 감자전을 넣어 줘 봤다. 생각보다 반응이 괜찮아서 아침을 거하게 먹은 날은 점심을 가볍게 먹고 싶다고 해서 싸주니 좋아했다. 치즈 감자전은 먼저 포슬포슬 잘 삶은 감자에다 소금, 후주, 감자전분을 넣고 치대서 동글동글 감자전을 구워주면 끝이다. 감자전이 노릇노릇해질 즘에 치즈 조각을 조금 올려서 마무리하면 식어도 맛있는 치즈 감자전이 된다.
곁들일 반찬으로 호두 조림과 단무지를 넣었다. 호두 조림은 나의 애장 반찬이다. 코스트코에서 산 호두를 물로 여러 번 헹궈서 깨끗한 물이 나올 때까지 씻어서 준비한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호두를 넣고 볶다가 올리고당, 진간장을 기호에 맞게 넣어서 볶아주면 된다. 마지막에 통깨랑 참기름 둘러주면 더 고소하고 맛있다. 아이는 견과류를 거의 먹지 않는다. 그래서 호두를 어떻게 먹일까 고민하다 이렇게 볶아주니 하루에 꼭 5알 정도는 먹는다. 아이도 호두 조림은 입맛에 맞는지 지금까지도 고맙게 먹어주고 있다. 나에게 호두 조림은 아이에게 견과류를 먹일 수 있는 효자 반찬이다.
(에피소드)
처음 미국 와서 적응이 안 되었던 점은 미국은 날씨가 조금 안 좋으면 주지사가 주 정부 건물을 모두 폐쇄해 버린다. 한국에선 비가 좀 와도 홍수 날 정도 아니면 관공서 업무를 보지만 미국은 비가 많이 오거나 눈이 많이 오면 건물을 잘 폐쇄한다.
내가 운전면허시험을 치러 가는 당일도 정말 비가 많이 안 왔는데 갑자기 시험 1시간 전에 그날 필기, 실시 시험 일정을 모두 취소해 버려서 엄청 황당했다. 안전이 제일이긴 하지만 한국과 사뭇 달라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학교도 날씨가 조금만 안 좋으면 위험한 도로 상태의 이유로 잦은 폐쇄를 한다. 물론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아예 노는 건 아니다. 각 과목 선생님께서 크롬북에 아이들이 숙제할 수 있도록 과제를 올려놓는다. 아이들은 학교로 돌아온 후 3일 안에 숙제를 제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석으로 표시된다. 처음 눈이 많이 와서 온라인으로 숙제할 때는 크롬북에서 숙제를 찾아가는 것도 어려웠다. 다행히 모르면 zoom으로 선생님께 질문할 수 있었지만 아이는 처음에 부끄러워 큰 용기가 필요했다고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온라인 숙제가 익숙해지면서 아이는 비가 오고 눈이 오면 학교에 가지 않는 것이 한국보다 너무 좋은 점이라고 겨울엔 눈 많이 와라! 주문을 외우곤 했다. 온라인으로 하는 수업은 학교 수업에 비해 수월해서 아이들이 오히려 좋아한다. 나도 생각해 보면 비 오고 눈 오면 학교 가는 게 싫었던 것 같다. 내가 있는 곳은 눈이 한 번 오면 며칠을 오기 때문에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 겨울엔 종종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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