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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지금 행복하자)

생활일기# 이별편

by new인생살기♡ 2023. 8. 8.

 

이런 이별은 처음이었다

 

지하철 안내방송에 멍하니 있던 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오늘도 딴 생각을 하다 못내릴 뻔했다. 얼마 전 동생이 하늘나라로 갔다. 어릴 적부터 아팠었고 대학을 졸업하고 재활병원에 입원해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병원에서 치료만 받다 우리 곁을 떠났다. 철마다 피는 예쁜 꽃도 보여주고 싶었고 바다도 보여주고 싶었고 푸른 나무숲도 같이 다니고 싶었었는데...

잦은 입원으로 엄마가 너무 지쳐 잠시 간병하시는 분에게 맡긴 적이 있다. 하필 동생 간병 하시는 분이 코로나 검사를 받지 않고 돌보다 코로나를 옮겨 합병증으로 고생하다 하늘나라로 갔다. 코로나라 병문안도 되지 않아 옆에서 지켜볼 수도 없었다. 다행히 임종은 지켜볼 수 있게 처치실로 이동시켜 주셔서 마지막은 함께 할 수 있었다.

앙상한 몸으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상태에서 동생은 "너무 고통스러웠어. 이제 편히 쉬고 싶어. 그리고 복에 겹게 잘해줘서 고마웠어. 내가 지켜줄게. 나 때문에 고생한 엄마 행복하게 해줘."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참 착한 동생이었다. 마음이 따뜻하고 살가운 아이라 아마 천국으로 갔을 것이다.

아프지 않았으면 아이를 좋아해서 친절한 어린이집 선생님이 되었을 것이고 또래 아이들처럼 예쁘게 살다 갔을 것이다. 인생이 참 짧고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뚝뚝한 우리 집에 태어나 제대로 사랑 표현도 못하고 보냈다. 마지막 인사 때 겨우 사랑한다고 말해준 게 한없이 미안했다. 항상 느끼지만 있을 때 잘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떠나고 나면 남는 건 후회뿐이다. 한편으로 스스로 변명 같지만 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했던 것 같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더 이상 아프지 않고 편히 쉴 수 있게 천국으로 가도록 기도해 주는 것뿐이다. 그래도 마지막에 "고생했어. 고마워. 사랑해."라고 말해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꼭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난 사춘기가 없었다. 집안에 아픈 아이가 한 명 있으면 모든 에너지는 그 아이에게 집중이 된다. 그래서 착한 아이로 자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부모님이 동생을 돌보며 고생하시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착하게 생활하고 공부 열심히 하고 걱정 끼치지 않게 자라는 거였다.

그 덕분에 난 철이 일찍 들었다.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속상했다. 나이에 맞게 하고 싶은 것도 하고 응석도 부리며 자랐으면 어땠겠느냐는 생각을 한 번씩 한다. 슬퍼도 참았고 힘들어도 내색하지 못했다. 세상을 배울 기회도 적었다. 운이 좋게 따뜻한 친구들을 만나면서 작은 울타리에 갇혀 있던 내가 울타리를 넘어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회사 생활도 힘들었지만 그걸 통해 난 세상을 조금씩 배워갔고 성장했고 어른이 되어 갔다. 

불의의 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분들을 생각하면 동생의 마지막 가는 길에 가족들이 곁에 있을 수 있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내가 지켜야 할 가족이 있어서, 지금은 모든 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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