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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지금 행복하자)

생활일기# 전교 임원 선거편

by new인생살기♡ 2023. 8. 18.
초등학교 전교 임원 선거
도전 후기

 

올해 6학년 전교여부회장 활동을 마치며 5학년 때 해서 그런지 학교생활이 수월하고 재미있었다고 아이가 말해주었다. 아이 말로는 5학년 때 처음 임원단이 되었을 때는 친구들 추천받는 것부터 벽보, 피켓 만드는 하나하나가 처음이라 떨리기도 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되는지 모르니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그래도 한 번 해본 경험이 있어 6학년 때는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었고 임원 역할도 더 잘 해낼 수 있었다고 했다.

 

 

전교 임원 선거 과정

초등학교 전교회장단은 5학년부터 지원을 할 수 있고 구성원은 총 5명이다. 부회장은 5학년, 6학년 각각 남자 1명, 여자 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회장은 6학년만 지원할 수 있어서 우리 아이는 5학년 전교여부회장에 출마했다. 학기 초 선거공고가 뜨면 학생 추천(우리 아이 학교는 5명 이상)을 받아 후보 등록을 기간 내에 해야 한다. 후보 등록을 하고 나면 정해진 기간에 벽보와 피켓을 만들어 선거운동원(아이 친구 2명)과 함께 선거운동을 한다. 선거 날 오전은 수업을 하지 않고 교실에서 방송을 통해 후보들의 연설하는 걸 듣고 전자투표로 당선을 결정짓는다.

 

 

아이 마음

며칠 전부터 엄청나게 떨렸다. 선거 당일 아침도 심장이 쿵쾅거렸다. 방송실에 앉았을 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너무 많았다. 우선 내 얼굴이 나오는 화면이 나 바로 앞에 있어서 압박감이 들었고 내 음성이 크게 나와서 당황했었다. 방송화면에 잘 나오게 하기 위해 방송반 언니들이 여기저기서 방법을 알려줘서 너무나 정신이 없었다.

 

연습을 많이 했지만 “그리고 학교에 다니면서”라고 말하곤 외웠던 원고를 잊어버렸다. 원고를 다시 보고는 “그리고 학교에 다니면서”를 읽고 뒤에는 연습한 대로 이어나간 것 같다.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머리는 하얗고 내 입은 말하고 있고 난 누구 여긴 어디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실수를 해버려서 안 될 거 같았다는 생각에 너무 속상했다. 그래도 같이 연설한 친구가 “네가 또랑하게 말해서 틀린 거 모르겠더라. 네가 될 거 같아.”라고 말해줘서 고마웠다.

 

연설이 끝나고 우리 반에 돌아왔을 때 친구들이 나의 목소리가 엄청나게 컸다고 칭찬해 주었다. 한 친구가 다가와 “너가 실수해서 친근하게 느껴졌어. 그래서 너 뽑았어.”라고 말해서 어리둥절했다. 그 말을 듣고 연설문 실수로 속상했던 나는 마음속으로 실수해도 괜찮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친구들도 뽑아 준 친구가 많았다.

 

한참 시간이 지나 발표가 났다. 결과발표를 앞두고 컴퓨터 앞에 갔을 때 화면 속 내 얼굴에 금딱지가 붙어 있었다. 내 얼굴이 맞나 내가 맞나 여러 번 확인해봤다. 내 얼굴이었다. 금딱지가 붙어 있으니 얼마나 좋던지 친구들이 축하해줘서 너무 좋았다. 반 친구 뿐만 아니라 다른 반 친구들도 진심으로 축하해줘서 고마웠다. 다른 후보 친구들도 같이 기뻐해줬고 나도 그들에게 수고했다고 안아주었다.

 

사실 다른 친구들도 모두 잘하고 준비도 많이 했었다. 라면 송 패러디한 후보, 원고를 완벽하게 소화한 후보, 넥타이를 멋지게 매고 연설한 후보, 만화주제가 노래 부른 후보를 포함해 모두 멋졌다. 당선되고 나니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벌써 고민이었다. 그래도 5학년 전교남부회장이 돌봄교실을 같이 다녔던 친구였다. 그 아이랑 같이 부반장 할 수 있어서 다행이고 안심이었다.

당선된 오늘은 떨리고 기분 좋은 날이었다. 아빠가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했다고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프랑스 요리를 사주기로 약속하셨다. 프랑스 요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행복한 경험이었다.

 

 

느낀 점

선거를 준비하며 벽보를 만들고 피켓을 만드는 시간도 제법 걸렸지만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 것은 연설문 작성이었다. 아이가 연설문을 작성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얻기까지 인터넷 검색도 하고 우리와 의논하기도 하고 자신만의 글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었다. 그러다 귀에 쏙 박히는 변비 광고 카피를 이용해 연설문을 만들기로 결정했었다.

 

아이 스스로 고민하고 글을 적어 내려가며 생각도 자라고 경험도 쌓이는 거 같아 부모로서 흐뭇했던 기억이 난다. 당선 결과에 상관없이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가 배우고 성장하는 걸 옆에서 지켜봤었다. 혹시 초등학교 부모님이시라면 아이가 원한다는 전제하에 꼭 초등학교 임원선거에 도전해 보기를 권해드립니다.

 

 


 

 

<아이가 작성한 연설문>

유쾌! 통쾌! 상쾌! 상쾌한 아침을 만든다. 기호 1번 ○○○입니다.

사랑합니다.

이번 전교여부회장 후보로 출마한 기호 1번 ○○○입니다.

저는 2학년 부반장, 4학년 반장 경험을 토대로 이번엔 전교생을 위해 봉사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것이 제가 이번 선거에 출마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학교에 다니면서 불편을 겪었거나,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공약으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것이 유쾌 통쾌 상쾌 공약입니다.

유쾌! 급식메뉴 건의함을 만들겠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된 급식이 나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점심시간을 기다리는 마음을 유쾌하게 바꾸겠습니다.

통쾌! 양심 마스크 대여함을 만들겠습니다. 갑자기 마스크가 끊어졌거나 더러워졌는데 새로운 마스크를 달라기엔 너무 부끄러운 친구, 있죠? 그런 친구들의 마음을 양심 마스크 대여함을 통해 통쾌하게 뚫어드리겠습니다.

상쾌! 학교의 불편한 점을 말하지도, 해결하지도 못해서 답답한 친구 많을 겁니다. 그래서 다양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답답한 친구들의 마음을 상쾌하게 만들겠습니다.

 

저를 뽑아주신다면 선생님과 회장단 선배님을 잘 도와 유쾌 통쾌 상쾌한 ○○초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유쾌! 통쾌! 상쾌! 상쾌한 아침을 만들다!

기호1번 ○○○이었습니다. 꼭 기억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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