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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지금 행복하자)

생활일기# 우정 목걸이편

by new인생살기♡ 2023. 8. 29.

 

친구의 소중한 선물
우정 목걸이

 

우리 아이에게 절친이 생겼다. 바로 유이이다. 유이는 2학년 때 같은 반이었지만 크게 친분 없이 얼굴만 아는 사이였다. 그러다 5학년 때부터 같은 반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친해진 아이다. 유이는 아버지가 미국인이시고 어머니는 한국분이시다. 외모는 너무 예쁜 인형 같은 전형적인 미국 아이의 모습이다. 성품은 수줍고 온화하고 어른스럽다. 외모만 미국 아이지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그냥 한국인이다.

 

인간관계론

어느 날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아이가 같은 반에 친해지고 싶은 아이가 있다고 했다. 바로 유이였다. 난 그 아이에게 먼저 다가가서 좋아하는 것에 대해 서로 얘기하면 좀 더 가까워질 것 같다고 조언했다. 예전에 카네기 인간관계론이란 책에서 타인의 관심사를 화제로 삼는 것은 상대방의 호감을 얻는 지름길이라는 구절이 생각나서 말해주었다.

대화를 나누고 한 달쯤 지났을 때 집에 유이를 데리고 와도 되냐고 물었다. 난 조금 놀라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친해지고 싶다고 하던 유이랑 어떻게 친해진 건지 궁금했다. 아이는 내가 알려준 대로 유이가 피아노 치는 걸 좋아하고 만들기도 잘해서 자신이 배우고 있는 피아노 악보도 물어보고 쉬는 시간에 만들기도 같이 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다고 했다. 집에도 데려와서 엄마가 해준 맛난 음식 먹으며 놀고 싶다고 했다.

 

호박 인형의 기쁨

드디어 유이가 우리 집에 왔다. 집에서 천방지축인 우리 아이와는 정반대의 엄청나게 차분하고 예의 바른 아이였다. 아이가 왜 친구가 되고 싶은지 알 것 같았다. 자기들끼리 거실에 앉아 보드게임도 하고 깔깔깔 웃으며 유튜브도 보고 피아노도 치면서 즐겁게 지내는 걸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유이를 데리고 온다고 해서 나는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 그건 바로 주황색 호박 인형이다. 얼마 전 가게에서 너무 예뻐서 2개를 사두었다. 유이가 집으로 돌아갈 때 선물이라며 챙겨줬는데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었다.

“아줌마, 저는 이렇게 선물을 받았는데 저는 아줌마에게 뭘 해줘야 하죠?”
그래서 난 대답해 주었다.
“그냥 받으면 돼, 선물은 주고 싶은 사람이 주는 기쁨으로 주는 거야.”

유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호박인형을 꼭 안고 웃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멋진 아이

회사에 있는데 아이가 전화가 왔다. “엄마 나 오늘 좀 멋졌는데 들어볼래?” 아이가 학교를 마치고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는 데 옆에서 놀던 애들이 유이의 외모를 보고 외국인이라고 놀렸다고 한다. 유이는 그 말을 듣고 속상해서 눈물이 글썽거렸고, 아이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눈에서 레이저를 쏘면서 말해주었다.

“얘들아, 도덕책에 다문화가족이라도 차별하지 않고 우리나라 사람처럼 대해야 한다고 배웠잖아, 빨리 유이에게 사과해”

그래서 애들이 사과했고 유이랑 헤어지고 집에 가는 길에 나한테 얘기하고 싶어서 전화했던 참이었다. 어찌나 귀여운지. 친구를 생각하는 아이 마음이 참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우정 목걸이

아이의 생일날이 되었다. 유이가 놀이터에서 만나자고 해서 아이가 나갔더니 생일 선물을 주었다. 선물을 풀어보니 하트 목걸이가 들어있었다. 절친을 인증하는 우정 목걸이라고 했다. 등교할 때 목걸이를 꼭 하고 오기로 서로 약속했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목걸이나 반지를 하면 알레르기가 일어나 액세서리를 전혀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다음날 학교에 갈 때 목걸이를 꼭 하고 가야 한다며 목에 걸고 갔다. 집에 돌아왔을 때 목이 벌겋게 두드러기가 나 있었다. 결국 목걸이는 상자 속에 넣어 놓고 관상용이 되었다.

그런데 유이가 목걸이를 계속 학교에 하고 와서 아이는 난감했다. 내가 선물 받은 목걸이를 안 좋아해서 안 건다고 생각하면 어쩌냐고 걱정했다. 난 무슨 일이든 솔직하게 얘기하면 일이 쉬워진다고 말해주었다. 한참 고민하더니 유이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유이야, 나 네가 준 우정 목걸이 너무 예쁘고 맘에 들어. 근데 나 금속 알레르기가 있어서 하고 다니지는 못할 것 같아. 그래도 우린 친구지?”

이에 유이는 따뜻하게 말해주었다.

“당연하지. 진작 말하지 그랬어. 난 네가 목걸이 맘에 안 드는 줄 알고 오해할 뻔했어. 당연히 우린 친구지.”

전화 통화를 마치고 나에게 쪼르르 달려오더니 이제 고민될 때 그냥 솔직하게 말하는 게 최선이란 걸 알게 되었다고 고마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