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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지금 행복하자)

생활일기# 방송반 아나운서편

by new인생살기♡ 2023. 8. 25.
초등학교 방송반 아나운서
도전 후기

 

저녁에 밥을 먹는데 갑자기 아이가 한마디 툭 던졌다. “엄마, 나 학교 방송반 나가볼까? 아나운서에 지원해보고 싶어. 방송 화면에 내가 나오는 거 상상이 안 되지만 왠지 멋질 것 같아. 그런데 애들이 지원을 많이 할 거 같아서 도전할까 말까 고민 중이야.” 나는 결과에 상관없이 도전하는 건 엄청 멋진 경험이라고 격려해 주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친한 언니가 전교 회장도 하면서 방송반 아나운서 일도 하는데 멋져 보여서 자기도 한번 해보고 싶었던 거였다. 선뜻 도전하기엔 고민이 돼서 나한테 용기를 얻고 싶어서 건넨 말이었다.
 
초등학교 방송반 아나운서는 5학년만 지원할 수 있다. 10월에 방송반을 모집해서 뽑고 활동은 다음 해 6학년이 되어서 1년 동안 활동을 한다. 남자 아나운서 1명, 여자 아나운서 1명을 뽑는다. 여자 아나운서가 되는 건 6학년 여자아이들의 로망이기도 하다. 한창 외모에 관심을 가지는 시기의 여자아이들이 아나운서를 해보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하다.

아이 학교에서는 방송반 공고를 내고 지원서를 작성해 내고 면접을 보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지원서 작성부터 쉽지 않았다. 지원서에 자기소개서를 써서 내야 하고 면접 보시는 선생님들이 면접할 때 이걸 보고 질문을 하기도 한다고 들어서 신경 써서 작성했던 기억이 난다. 후보들에게 아나운서 원고작성의 큰 주제를 미리 알려주고 면접 당일 세부 주제를 공개한다. 예를 들어 큰 주제는 미리 ‘학교’라고 알려주고 면접 당일 ‘지금 우리 학교는’라는 세부적 주제를 준다.

짧은 시간(아이 학교는 30분) 안에 순발력 있게 아나운서 원고를 작성해야 한다. 주어진 시간에 작성한 원고를 빠르게 외워서 카메라 앞에서 생동감 있게 내용을 전달하는 게 포인트다. 어른인 나조차 면접 보는 것을 상상하니 긴장되고 떨렸다. 아이는 며칠 동안 지원서에 자신의 지원동기, 자신의 소개 등을 적으면서 막연하게 멋져서 하고 싶었던 아나운서가 학교의 소식들을 학우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임을 깨닫고 진지하게 준비해 나갔다.
 
드디어 아나운서 면접 당일이 되었다. 아이는 마음이 떨려서 아침밥도 조금 먹고 등교했다. 나도 그날은 떨렸다. 오후가 되어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자기가 아나운서가 되어서 기분이 너무 좋다고 했다. 퇴근하고 현관문을 열자마자 쪼르륵 뛰어와 자신의 면접 이야기를 주저리 늘어놓았다.

면접은 학교를 마치고 방송실에 지원자들이 모여서 순서대로 들어가 개별 면접을 보았는데 자신은 마지막 순서 번호를 뽑아서 한참을 기다렸고 기다리는 동안 엄청나게 떨었다고 한다. 나는 고생했다고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향해 지원서를 내고 면접을 보고 결과를 기다리고 하는 이런 과정들이 아이에게 큰 경험이 될 것을 알기에 아이에게 부모로서 정말 고마웠다. 
 
 


 

아이 마음

 

아나운서 준비하면서 지원자가 9명이나 나와서 안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최선만 다하자고 생각했다. 당일 예상 못한 주제가 나와서 당황했지만 최선을 다해 원고를 적었다. 마지막 순서라 기다리는 동안은 엄청나게 떨렸다. 막상 내 순서가 다가와 카메라 앞에 앉았는데 이상하게 떨리지 않았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했던 거 같다. 근데 마치고 나서 '오! 나 진짜 잘했는데 나 될 수도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후회 없이 해서 안 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방송반 아나운서 돼서 너무 좋다. 같은 반 친구는 내가 되자 바로 울어버려서 당황했다. 그 친구는 자기가 잘했다고 생각해서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가서 꼭 안아줬다. 또, 한 친구는 너무 빨리 말한 실수 때문에 속상해서 잔디밭에서 혼자 울었다고 고백했다. 다들 정말 되고 싶었던 것 같다. 나도 그만큼 되고 싶었고 되어서 너무 기뻤다. 아빠가 수고했다고 스시집에 데려가 주셨다. 감사했다.

 

 


 

 

 방송반 아나운서 생활 소감

 

한 학기 동안 방송반 생활을 하면서 내가 특별한 아이가 된 것 같아 뭔가 기분이 좋았다. 엄마가 방송반은 왜 임명장이나 상장을 안 주냐고 했지만 나는 방송반 아나운서 해 볼 수 있는 경험이 상이라고 생각해서라고 답해주었다. 아나운서 2명, 카메라 2명, 엔지니어 2명 이렇게 6명이 같이 방송하면서 서로 협력해서 방송을 만들어가는 게 너무 재밌고 신났다.

물론 예상치 못한 순간들도 있었다. 학교 축제 때 사회를 볼 때 마이크가 잘 나오지 않아 당황했었던 기억, 남자 아나운서 친구가 없어서 혼자 방송했던 기억, 방송이 켜진 줄도 모르고 놀다가 방송사고 날 뻔한 기억 등 지금 생각하면 하나하나가 다 추억이었고 재미있었다.

이제 1학기가 지났다. 남은 2학기 동안도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잘하고 방송반 친구들과 힘을 합쳐서 멋진 방송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방송반 아나운서가 된 것은 정말 큰 행운이었고 아나운서에 도전한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작성한 자소서

 

안녕하세요? 저는 5학년 O반 OOO입니다.
제가 방송반에 지원하게 된 동기는 제 꿈에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입니다. TV 뉴스를 보면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방송하는 일이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학교생활에서도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방송반에서의 경험은 제 꿈을 이뤄가는 데 도움이 되고 학교생활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제가 방송반에 지원하는 이유입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OO 어린이기자단에서 기사를 쓰는 활동을 꾸준히 하였고 명확한 발음으로 말하는 연습을 해왔습니다. 이것을 토대로 방송반에서의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방송은 아나운서 개인의 역할을 잘 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아나운서, 엔지니어, 카메라가 모두 힘을 합쳐야지 하나의 멋진 방송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방송반 아나운서가 된다면 방송반 친구들과 잘 협력해서 학우들과 학교를 위해 최선을 다해 좋은 방송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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