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반, 설렘 반
Daughter
미국 가는 날 밤 “엄마, 난 모험 아니고 정착 스타일이야. 미국 안 가고 싶어. 내일 미국 간다는 게 현실감이 없어. 그리고 왠지 모르지만 나 너무 떨려.”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스타일이 아니다. 자신의 입으로 떨린다고 한 거 보면 정말 상상이상으로 긴장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미국으로 가는 데 비행기 시간만 14시간이 걸린다. 해외여행을 가도 3시간을 넘어본 적이 없다. 정말 지구 반대편 먼 나라로 간다. 비행기 도착시간이 한 시간 남았을 때 “엄마, 그래도 내가 아니 우리가 14시간 비행기를 타고 와버렸어. 실감이 안 나. 그리고 너무 잠이 와.” 그도 그럴 것이 새벽에 일어나 지금까지 오는 과정도 힘들었고 한국이랑 14시간 시차가 있어 밤낮이 뒤바뀌니 신체가 적응할 시간도 필요할 것이다.
오늘 인천공항을 출발해 애틸랜타 공항을 경유해서 렉싱턴에 오기까지 아이는 제대로 잠을 잔 적이 없다. 낯선 곳으로의 떨림과 두려움도 있었겠지만 아마 잠을 못 자고 감기로 고생 중에 먹은 것도 없어서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미국 집에 3일 후에 들어갈 수 있어 호텔에서 잠을 자야 했다. 불편함의 연속이었다. 호텔에 도착해 방에 눕더니 아이는 눈물이 글썽이며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할머니도 보고 싶고 친구도 보고 싶고 내가 미국에 왜 온 건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게 아닌데 아이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고 미국교육을 잠깐이라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을 뿐인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곧 아이는 골아 떨어져서 꼬박 12시간을 자고 일어났다. 그런데도 시차 때문에 여전히 미국의 밤은 계속되고 있었다. 아이는 여전히 한국 가고 싶다고 눈물을 글썽이며 내 품에 안겨 또다시 잠들었다.
Mother
출발하는 날까지도 짐을 싸느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혹시나 빠진 짐이 있을지 몰라 긴장이 되었다. 중요한 걸 놓칠까 보고 또 보고 정말 심장이 쫄깃했다. 이민가방을 포함해 케리어가 9개, 백팩 3개 짐만 봐도 헉 소리가 날 정도였다.
공항까지 가는데도 짐이 많아 고생했고 경유할 때도 위탁수화물이 많아 찾는 데 시간이 엄청 걸렸다. 캐리어에 꽉 채운 물건들의 무게 또한 만만치 않아 끌고 들고 내리고 정말 두 번은 못할 짓이란 생각이 들었다.
인천공항에서 급하게 짐 싸느라 도라지청을 기내가방에 넣었는 데 그게 100ml가 넘어 뺏기고 기내케리어 백팩 짐을 다시 검색대에 올려서 검사를 받았다. 아! 나의 감기 예방 소울푸드를 뺏기니 속상했다.
비행기 시간이 많이 남아 삼각김밥을 먹고 싶다는 아이를 위해 편의점 찾기에 도전을 했다. 안내데스크에 물으니 4층에 있어서 올라가라고 알려주었다. 에스컬레이터 타고 오라 가니 거긴 일등석 표를 끊는 곳이라 다시 내려갔다 다른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한참 돌아 편의점에서 마지막 남은 전주비빔삼각김밥을 손에 넣었다. 한국에서 마지막 삼각김밥을 맛있게 흡입한 아이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우야곡절 끝에 비행기에 탑승했고 좌석에 앉자마자 온몸이 부서질 듯 아파왔다. 비행기에서 기절하듯 자고 기내식 먹고 하다 보니 어느새 우리의 경유지인 애틸랜타 공항에 도착해 있었다. 애틸랜타 공항은 엄청나게 넓었다.
애틀랜타는 국내보다 더 엄격하게 검색을 했다. 신발까지 벗고 몸에 걸친 옷 빼고는 다 검사했다. 이때가 제일 떨렸다. 인천공항에서 도라지청을 뺏긴 터라 더욱 긴장이 되었다. 무사히 검색대를 통과하고 우리가 타야 할 델타항공 D6로 향했다. 공항이 너무 넓어 train을 타고 D구역으로 이동했다.
D구역에 앉으니 여기가 미국이구나 실감이 났다. 귀에서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영어들 마치 내가 다른 세상에 옮겨져 있는 듯했다. 뭐랄까 내가 미국 드라마 속으로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주위를 둘러봐도 한국인 아니 동양인은 보이지 않았다. 참 낯설었다.
델타항공 비행기는 한국 티웨이 느낌이었다. 대체로 몸이 큰 미국인들이 앉아 가기엔 너무 버거워 보였다. 승무원도 한국과 달리 나이 지긋한 분이 안내를 도와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드디어 렉싱턴에 도착했다. 공항을 나오자 우리를 반긴 건 차갑지만 너무 맑은 공기였다. 말로 유명한 렉싱턴은 곳곳에 목장이 펼쳐져 있았다. 딱 미국 시골 느낌이었다. 난 복잡한 도시보다 첫 느낌은 좋았다.
첫날은 호텔행이었다. 아직 집이 정리되지 않아서 3일 후에 우리가 지낼 곳에 들어간다. 미국 첫날 한국으로 가고 싶어 하는 아이와 달리 난 렉싱턴의 맑은 공기가 마음에 들었다. 호텔에 도착한 후 피곤이 밀려와 기절해서 잔 것이 우리 가족의 미국 첫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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