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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미국 학교 도시락 + 학교 이야기⑥] 미국에서 중학교를 다니는 아이의 사소한 일상은 어떨까?

by new인생살기♡ 2024. 12. 15.
미국에서 중학교를 다니는
아이의 사소한 일상은 어떨까?


 
아이는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자신이 미국에 오기 전 가졌던 선입견들이나 상상으로만 여겼던 것들을 직접 경험해 보고 많은 생각들이 바뀐 듯했다. 처음 미국에 올 때 느꼈던 막연한 불안감으로 여기 오는 걸 완강히 거부했었고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한국에 다시 가고 싶다고 울었었다.

지금 아이는 머릿속에 있던 안개가 걷히고 이곳의 밝은 모습들을 경험하며 미국을 떠나는 게 아쉽다고 했다. 요즘 들어 부쩍 친해진 친구들과 조금은 헐렁한 미국 수업 시스템, 친절한 이웃들 놓아버리기엔 아까운 것들이 하나 둘 생겼기 때문이다.

 
 

 할로윈데이 

(감자버터구이, 아몬드 입힌 양념치킨, 망고)


여기 사람들은 할로윈데이에 진심이었다. 마트에 가도 호박이 종류별로 진열되어 있고 초콜릿과 사탕 꾸러미가 넘쳐났다. 처음엔 호박은 먹으려고 많이 사가는 줄 알았는데 그 호박으로 할로윈 분위기로 집을 꾸미려고 사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호박이 주재료인 음식 메뉴도 많이 나와 있었다. 할로윈데이가 가까워 올수록 호박이 나를 뒤덮는 듯 많은 호박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도 코스튬을 해야 집집마다 호박바구니를 들고 다니며 초콜릿과 사탕을 받아야 해서 다들 들뜬 분위기였다. 아이도 한 달 전부터 코스튬을 어떻게 준비할지 엄청 고민했다. 주변 친구들은 마녀로 변신하기도 하고 동물친구로 변신하기도 하고 마리오 같은 캐릭터로 변신하기도 했다. 아이는 고민 끝에 마법사로 코스튬 하기로 결정했다.

코스튬 이미지를 정하곤 아마존에서 마법사 옷과 빨간 악마뿔을 주문했다. 아이는 옷이 빨리 도착하기를 바라며 매일 아마존 차를 기다렸다. 먼저 빨간 악마뿔이 도착했는데 너무 귀여워 잘 어울렸다. 다음날 마법사 옷도 도착했는데 저렴한 옷을 사다 보니 색깔이 화면과 달리 짙은 갈색에 가까운 색이 와버렸다. 우린 아이가 실망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옷을 보자마자 생각보다 괜찮다며 입어보고 어울린다며 좋아했다.

아이는 얼른 입어보고 친구랑 코스툼 착장을 서로 봐주기로 했다며 사진을 찍어 보냈다. 자신의 빨간 뿔 달린 마법사 코스튬을 맘에 들어했던 아이는 친구랑 사진 교환을 해본 후 뾰루뚱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난데없이 마법사 옷을 너무 싼 걸 주문했다고 더 예쁜 걸 할걸 후회된다고 했다. 알고 보니 친구가 너무나 완벽한 코스튬으로 상대적으로 자신의 코스튬이 초라해 보였다 했다.

"엄마! 참 신기하지. 난 마법사 코스튬 진짜 옷이 싸고 색깔도 그럭저럭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친구가 너무나 완벽하게 코스튬을 준비하니깐 내 코스튬을 좀 더 잘 준비할 걸 후회되는 거 있지. 이런 게 사람 마음인 건가.

뭔가 속상하다기보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어. 나도 원래 돈 생각 안 하고 천사날개랑 이것저것 생각한 게 있었는데 하루 행사에 돈이 너무 많이 드는 것 같아 마법사로 간단히 한 거였거든. 장 내일이 할로윈데이니깐 어쩔 수 없어서 난 이대로 그냥 즐기기로 했어."

드디어 할로윈데이가 되었다. 주위 집들을 둘러보니 집을 할로윈 분위기로 많이들 꾸며 놓았다. 아이도 하교 후 코스튬을 준비해서 친구들과 초콜릿과 사탕을 받으러 나갔다. 집집마다 아이들에게 초콜릿과 사탕을 주고 싶은 사람들은 자신의 집 앞에 초콜릿과 사탕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코스튬한 아이들이 집에 오면 나누어 주려고 말이다. 뭔가 축제를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아이들이 캐릭터 옷을 입고 돌아다니고 초콜릿과 사탕을 호박바구니에 가득 받아서 즐거워하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미국 속 아이들은 소소한 즐김을 가지는 축제를 자주 접한다. 평소엔 학교든 회사든 후드티와 레깅스를 입고 편하게 지내다가 이런 즐길 축제 날이 되면 한껏 자기를 꾸밀 수 있어서 난 이 점이 참 부러웠다. 반면 우리 아이들은 이런 소소한 즐김을 가질 기회가 적은 것 같다. 학교에서 학원에서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오로지 공부라는 똑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경주마 같은 느낌을 받는다.

난 아이가 미국 학교에 다니며 어릴 때부터 잘 먹고 잘 마시고 잘 놀 수 있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빠에야 

(김치볶음밥계란말이, 새우튀김, 킹스베리, 복숭아)


이이가 학교에 다녀오더니 새우 있어? 샤프란 있어? 오징어 있어? 질문이 쏟아졌다. 갑자기 집에 있는 음식재료에 대해 물어보면서 다음 주에 자신이 스페니쉬 시간에 빠에야를 해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스페니쉬 시간에 스페인 음식을 각자 요리해서 가지고 와 같이 나눠먹는 수업을 진행하는데 자신이 빠에야를 해간다고 손을 들었다고 했다. 선생님께서 아무도 빠에야를 해오지 않는데 자신이 손을 들어서 너무 고마워했다며 기뻐했다.

그런데 내 머릿속에선 왜 빠에야지? 스페인 전통음식이 간편한 추로스도 있고 타파스도 있는데 말이다. 빠에야는 하는 것도 문제지만 학교에 담아 가는 것도 문제였다. 그래도 아이가 모처럼 학교에 음식을 해가는 거라 나도 신경이 쓰였다.

아이는 인터넷 검색을 하더니 그날 냉장고에 있는 유일한 해산물인 새우를 꺼내고 토마토 페이스트와 육수코인을 이용해 뚝딱뚝딱 빠에야를 만들기 시작했다. 자신이 직접 요리해서 학교에 가지고 갈 거라서 엄마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며 정말 진지하게 음식을 해나갔다. 밥 하듯 빠에야를 완성해서 같이 먹어보자고 해서 한 입 맛봤는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다. 내가 봐도 해산물만 좀 더 넣으면 근사한 빠에야가 될 것 같았다.

"엄마. 내가 빠에야 해보고 맛없으면 엄마한테 부탁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맛이 괜찮아서 몇 번 연습하면 훌륭한 요리가 될 것 같아. 해산물 재료로 오징어나 홍합 이런 거 좀 구해줄 수 있어? 노란색을 좀 띠어야 하니깐 샤프란도 좀 구해줘. 못 구하면 할 수 없고. 나 이번에 빠에야 맛있게 해가고 싶어.

사실 스페니쉬 시간에 내가 힘든 빠에야를 해가지고 온다고 했을 때 선생님께서 나에게 너무 고맙다고 몇 번을 인사하셨어. 그래서 그때 생각했어. 꼭 맛있게 요리 준비해서 가서 선생님을 기쁘게 해 드려야지라고 말이야. 그러니깐 엄마 재료 준비 좀 도와줘. 알겠지? 여러 번 연습할 거니깐 재료 넉넉히 준비해 줘. 사랑해."

난 아이의 말을 듣고 해산물을 비롯해 필요한 재료를 최대한 구해주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트레이더조에 들러 해산물이 어떤 게 있나 꼼꼼히 살펴봤더니 스파게티용으로 나온 해산물 모둠이 있어서 구입했다.

하지만 샤프란은 구할 수가 없었다. 학교에 다녀온 아이에게 샤프란을 구하기 어렵다고 했더니 아이는 괜찮다며 대안을 찾자고 했다. 노란 색깔을 좀 더해줄 뭔가를 찾아야 한다고 하며 냉장고를 뒤지기 시작했다. 냉장고 안에 남은 카레가루를 보더니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카레가루를 넣겠다고 했다.

그렇게 또다시 빠에야 요리가 시작되었다. 신기하게 빠에야 요리를 하면 할수록 빠에야는 더욱 맛있어졌고 살짝 넣은 카레는 감칠맛과 향을 더해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여러 번 시도한 끝에 자신만의 레시피가 완성되었다. 내일이 빠에야를 가지고 가는 날이니 아침에 빠에야 만들 시간이 부족하니 저녁에 만들어 놓고 자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우리가 먹게 작게 음식을 할 때에는 괜찮았는데 반 친구들이 먹을 음식의 양은 많아서 재료 계량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너무 적은 양은 안되니 되는 데까지 만들어보겠다고 했다. 아이가 메인 셰프가 되고 난 보조가 되어 요리가 시작되었다. 아이가 원하는 재료를 내가 준비해 주고 많은 양의 음식을 착착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카레가루를 조금만 뿌려달라고 하는 걸 내가 순간 정신줄을 놓았는지 확 부어버렸다. 아이는 자신의 요리인데 엄마가 오점을 남겼다고 화를 내며 짜증을 부렸다. 나도 순간 뭔가 잘못된 걸 직감했다. 그렇게 아이의 마음에 들지 않는 빠에야가 완성이 되었다. 아이가 한입 맛보더니 인상이 조금 찌그러졌다.

"엄마 내가 카레 가루 조금만 넣는다고 했는데 엄마가 확 넣어서 지금 카레향이 너무 강하잖아. 스페인 전통요리인데 카레향이 너무 강해 인도요리 같아. 맛은 있는데 나 너무 속상해. 전통 빠에야를 해가고 싶었는데 엄마 때문에 망한 것 같아. 다시 만들 거야.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아이의 어름장에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이미 해산물 재료도 다 써버렸고 지금 늦은 시간에 새로 하는 게 말이 안 되었다. 어떻게든 아이를 설득해야 했다. 그 순간 옆에 있던 신랑이 빠에야에 카레가 안 들어갔다면 음식이 밍밍했을 것 같고 친구들도 분명히 맛있게 먹을 거라고 옆에서 거들었다. 그 말을 듣고 한 입 다시 먹더니 먹어보니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고 일단 내일 가져가보자고 했다.
 
난 지은 죄도 있고 해서 밤에 빠에야가 고슬고슬해지게 하기 위해 젓가락으로 밥알을 잘게 흩어지게 최선을 다하고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노력에 보답하듯 식어서 밥압이 알맞게 꼬들 해져서 밥알이 서로 붙거나 불지 않아 기분이 좋았다.

아이도 어제와 다르게 꼬들한 빠에야를 한입 먹더니 간이 딱 맞다며 좋아했다. 알맞은 통에 딱 담으니 양도 적당한 것 같았다. 빠에야를 완성하기까지 솔직히 좀 긴장하고 걱정도 되었지만 일단 음식은 마무리되었고 아이 손에 음식이 들여서 학교에 가게 되었으니 일단 성공이란 생각이 들었다.

난 이날 아이가 학교에서 오기만을 기다렸다. 아이의 표정을 보니 기분이 좋아 보였다. 아이는 책가방을 내려놓고 아침에 들고 간 든 종이가방 속에서 빠에야를 담아갔던 빈 통을 꺼내면서 활짝 웃으며 말했다.

"엄마, 나 사실 카레 가루가 마음에 걸려서 아이들이 내 빠에야를 맛없어할까 봐 걱정했었거든. 근데 오늘 아이들이 여러 종류의 스페인 음식을 해왔고 진짜 맛난 것도 많았는데 내 빠에야를 친구들이 다 잘 먹어서 너무 기뻤어.

엄마 말이 맞았어. 카레 가루를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엄마가 많이 넣어서 내심 망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카레 가루가 더 들어가서 진짜 간도 딱 맞고 맛있었어. 정말 전화위복이라는 말처럼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결과가 너무 좋아서 내가 이번 일로 느낀 게 있어. 이젠 미리 걱정하고 그러지 않을래. 의외로 결과가 생각보다 좋을 수도 있으니 말이야.

심지어 더 놀라운 사실은 뭔 줄 알아? 음식을 다 먹고 선생님께서 첫 번째 친구에게 어떤 음식이 제일 맛있었냐고 하니깐 빠에야라고 말해줬어.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빠에야를 맛있었다고 말할 때 내 마음에서 기쁨이 막 생겨나는 거야. 나 행복했어."

아이의 말을 듣고 나니 이번 빠에야 준비로 아이의 마음이 조금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너무 뿌듯했다. 그리고 아이가 친구들이 먹을 맛있는 빠에야를 만들기 위해 직접 간도 맞춰보고 재료도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너무 좋았다.

 
 

 GT test 

(쇠고기볶음 김밥, 파계란 말이, 망고, 잼 바른 빵)

 
아이가 학교에 다녀오더니 씩 웃으며 하얀 봉투를 하나 건네주었다. 뭔가 싶어 열어보니 GT test라고 적혀있었다. 아이 말로는 과목 학교 선생님 중 어떤 분이 자기를 한국으로 말하자면 영재 테스트를 받도록 추천해 줘서 수학 분야에 아이가 테스트받는다는 안내였다. 아이는 말하면서 뭔가 뿌듯함을 느끼는 듯했다.

시험은 언제 칠지 날짜가 정해진 건 아니고 한 달 안에 어느 날 친다고 했다. 그리고 결과는 다음 달 중으로 나온다고 하며 수학 공부를 좀 해야겠다고 했다. 한국어로 나오면 아는데 용어가 다 영어라 그게 좀 걸림돌이라고 말하며 잘 치고 싶다고 했다.

아이는 하교 후 한국 학교 진도에 맞춰 수학 공부를 해나가고 있었고 요즘 정체기를 겪고 있었다. 그런데 이 시험이 목표가 되면서 다시금 공부를 해나가는데 원동력이 되었다. 매일 조금씩 수학 공부를 해나가고 있던 어느 날 하교 후 아이가 씩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엄마, 오늘이 그 GT test 치는 날이었어. 이 시험은 날짜 예고를 안 하니깐 시험 치러 나오라고 할 때 놀랐어. 아침에 갑자기 선생님이 시험 치러 간다고 해서 더 긴장됐어. 반면에 내 절친 친구도 음악 부분 테스트여서 같이 수업 안 받고 테스트 가서 그 점은 너무 좋았어.

나의 예상과 달리 시험문제를 받아보고 조금 쉬워서 놀랬어. 그래도 영어로 되어 있으니 용어는 조금 어렵더라. 수학 단위도 미국에서 많이 쓰는 단위로 나와 헷갈렸어. 70문제를 1시간 안에 푸는 건데 다 풀고도 20분이 남더라. 그리고 한 3문제 정도 모르겠더라. 그래도 포기 안 하고 남은 시간 다 쓸려고 노력했어. 예전 같았으면 남은 시간 그냥 버렸을 텐데 이젠 포기하지 않기로 했어. 나 좀 멋지지?

그리고 엄마한테는 말 안 했는데 은근히 이 시험이 있다는 게 부담이었어. 잘 치고 싶었고 선생님께서 이 테스트 통과하면 공식 증명서가 나와서 그거 한국에도 따라가는 거라 꼭 통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거든. 근데 오늘 어쨌든 시험을 치고 나니깐 뭔가 마음에서 짐을 덜어낸 듯한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너무 좋은 하루였어.”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던 한 달 후가 아닌 시험을 치르고 긴 시간이 걸리며 부모의 메일로 합격여부를 알려준다고 했다. 아마 아이가 여기를 떠나고 결과가 나오게 될 것 같다. 아이는 결과에 상관없이 선생님이 자신을 추천해주셨고 자신은 테스트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이말을 하고 뭔가 해내둣한 표정을 지으며 자기 방으로 가는 아이가 너무 귀여웠다.


 

 미국 대통령 선거 

(주먹밥, 파전, 불고기 전, 새우튀김, 청포도)


아이의 요즘 가장 큰 관심사는 당연히 미국 대선이었다. 한국에 있을 때 아이는 정치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 주위의 아이들이 트럼프 얘기하는 걸 듣고 방송에서 기부해 달라고 호소하는 해리스의 광고를 보고 더 관심이 가는 듯했다.

아이는 민주당 해리스와 공화당 트럼프의 연설을 챙겨 보더니 트럼프보다 헤리스가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티브이 토론하는 모습을 보며 느끼기도 했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한국 방위 분담금을 더 올려줘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그런 생각이 더 깊어진 것 같았다.

미국의 선거는 선거인단을 통한 간접선출제를 선택하고 있다. 1차로 인구수에 비례하여 선거인단울 선출하고 2차로 4년마다 11월 첫째 주 화요일에 선거인단의 투표로 선거가 이루어진다. 전통적인 민주당과 공화당 텃밭인 주의 표는 거의 정해져 있고 유동성이 짙은 경합 주에서 대선이 판가름 난다. 그 이유는 미국의 독특한 특징인 선거인단 승자독식제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경합 주 7곳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 선거인단은 19명인데 1표 차이로 한 후보가 이겼다고 하자. 1표 차이지만 자신이 얻은 표의 수에 상관없이 19표를 이긴 후보가 다 가져가기 때문에 경합 주의 승리가 곧 대선의 승리라 아주 중요하다. 아이는 이 승자독식제가 조금 특이하다고 했다. 사실 나도 이게 민주주의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의아한 부분이었다.

538명의 선거인단 중 매직넘버인 270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면 대선에서 승리한다. 그래서 매일 티브이를 틀면 경합 주에 대선 후보들이 방문해 자신의 지지를 호소하는 볼 수 있다. 미국에 와서 직접 피부로 미국 대선을 느끼며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박빙인 이번 대선의 승리자는 누가 될지 나 또한 무척 궁금했다.

드디어 11월 5일 대선의 아침이 밝았다. 티브이 방송에서 하루 종일 대선의 득표 현황을 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정말 박빙이던 대선은 시간이 지날수록 트럼프로 대운이 기울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아이도 이번 대선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원래 미국은 땅이 넓어 대선 결과가 며칠 걸린다. 우린 당일 결과를 바로 알 수 없어서 트럼프 후보가 앞서는 상황을 보고 잠이 들었다. 아침이 밝았을 때 이미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으로 확정되어 있었다. 정말 놀라운 결과였다. 이렇게 역대급으로 빠르게 개표되고 확정된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아이도 결과를 듣고 놀라는 분위기였다.

이번 대선은 우리에겐 뜻깊었다. 미국에 살며 대선의 상황을 지켜볼 수 있었고 아이는 이번 선거를 통해 미국의 선거제도에 대해 너무나도 정확하게 알 기회를 가졌고 정치에 흥미도 생겼다. 대통령 후보들의 연설을 지켜보며 아이는 나도 정치인 할까? 이런 말도 했었다.

논리 정연하게 말하고 설득하는 거에 자신이 어느 정도 있던 아이는 정치인도 한번 해봐도 좋겠다고 말했다. 어린아이의 말이지만 자기 꿈의 방향을 이래저래 생각해 보는 건 정말 좋은 일이라 흐뭇했다. 이번 대선 정말 역대급으로 흥미로웠다.


 

 귀향 

(해산물 볶음밥, 양념치킨, 적포도)


미국에서 단기 유학을 마치고 돌아가야 하는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이는 한국에 돌아갔을 때 자신이 살던 동네에 다시 돌아가길 원했다. 부모로서 우리 입장에선 아이가 더 성장했고 학업을 해나가는 데 있어 학원 다니기 좋은 환경으로 데리고 가고 싶은 게 당연했다.

하지만 아이는 원래 살던 동네에 다시가 그곳의 친구들과 학교에 다니기를 원했다. 사춘기의 아이에게 우리의 설득은 통하지 않았다. 아이의 의지는 어느 때보다 완강했다. 어느 날 잠들기 전 아이가 나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엄마, 가벼운 관계였을 때 이사 갔어야 했어. 지금은 내가 너무 힘들어. 내가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지금도 미국 학교는 잘 다니지만 마음은 좀 그래. 친구들 만날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 사춘기에 새로운 학교에 가는 게 너무 그렇고 학교 공백도 있고 난 원래 살던 곳에서도 열심히 잘할 자신이 있거든. 근데 자신 있게 얘기 못 하는 게 이게 옳은 선택인지 모르기에 답답해. 초등 2학년 때 갔었어야 하는 걸 지금 알아버렸으니깐.

처음 미국 왔을 때는 한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여기 친구들이랑 많이 친해져서 다시 돌아가는 게 아쉽기도 해. 사실 처음에 학교에 적응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어. 물론 학원 많고 공부 열심히 하는 동네에 가면 처음은 힘들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적응하겠지.

그래도 난 다시 그런 새로운 곳에서 처음 시작하는 거 안 하고 싶어. 원래 살던 곳 가서도 나 잘할 자신 있어. 그러니깐 원래 살던 동네에 가자. 이번엔 네 의견 존중해 줘. 그렇게 안 하면 나 매일 가서 울 거야."

아이의 얘기를 듣고 많은 생각을 했다. 정말 아이를 위한 게 무엇일까? 정말 학업이 중시되는 곳으로 가면 아이의 장래가 밝아지는 걸까? 어쩌면 막연하게 그럴 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 아이의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가고 싶어 하는 학교에 가서 자신의 속도에 맞게 해 나가면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린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 원래 살던 곳으로 다시 가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이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진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이의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부모가 좋아 보이는 곳이 아닌 아이가 좋아하는 곳으로 우린 다시 돌아간다. 마치 호접몽을 꾼 듯 시간이 흐르고 한국에서의 일상이 새롭게 시작된다. 나의 마음에서 두려움과 기대가 동시에 차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