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를 심하게 깨물었을 때
상처 치유되는 과정과 주의사항
사건 발생 당일
여행 중 그 지역에서 유명한 복숭아를 사서 집으로 돌아오던 중이었다. 차를 타고 가는데 또 식탐이 발동해 휴게소에 내려 산 복숭아를 한 개 씻어 통째로 씹어먹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 너무 아팠다. 혀를 또 씹었다. 어느 치과의사가 방송에서 말한 걸 들었는데 오랜 세월에 걸쳐 한쪽만으로 음식을 씹으면 치아 부정교합이 일어나게 되고 그로 인해 혀를 잘 씹는다고 설명해 주었다. 요즘 혀를 유독 많이 씹었는데 또 씹었다.
이때까지 혀 깨묾과는 차원이 달랐다. 살이 칼에 베인 듯한 극악의 통증과 혀의 마비가 왔다. 혀가 안 움직여서 무서웠다. 사람들이 혀 깨물고 죽는다는 말이 농담인 줄 알았는데 정말 죽을 만큼 아팠다.
혀가 마비되니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우린 집으로 가는 길이라 지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여긴 더욱이 미국이라 가는 길도 멀고 병원에 가기도 쉽지 않았다. 우선 세균 번식이 될까 봐 갑자기 걱정되어서 차 안에서 물로 계속 입을 헹궈냈다. 처음엔 입에서 피 맛이 나더니 다행히 외부 출혈은 멈췄다. 차 안에서 보낸 4시간은 진짜 끔찍했다.
밤 10시쯤 집에 도착한 난 한국에서 챙겨온 오라메디를 발랐다. 걱정되어 잠이 오지 않았다.
1일 차
아침에 일어나니 혀가 아파도 배는 고팠다. 먼저 입안을 소금물로 헹구고 꿀 한 스푼을 먹고 바로 양치를 했다. 그리고 또 오라메디를 발랐다. 극악의 통증은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통증이 심했다. 무서워서 상처를 볼 자신이 없어 한참 망설이다 자세히 본 내 혀는 혀의 반이 피멍으로 진한 보라색인지 검은색인지로 변해 무서웠다.
어제 말이 안 나와 말을 못 할까 두려워하며 혼잣말하는 데 불편하지만 다행히 말은 나왔다. 혀의 통증이 너무 심해 하루 동안은 말하지 못했다. 점심은 복숭아 갈아서 꿀 넣고 빨대로 마셨다. 양치 후 또 오라메디를 빌렸다.
저녁이 되니 배가 너무 고파 죽 한 그릇 먹고 소금물로 양치하고 자기 전 오라메디를 발랐다. 약을 바르고도 통증이 상당히 있어 불안이 밀려왔다.
2일 차
오라메디를 계속 발랐더니 오늘은 혀가 움직여졌다. 아프긴 했지만 그래도 어제보다는 나았다. 그런데 혀 위의 피멍과 혀 아래의 피 물집은 여전히 혐오스러울 정도로 심했다. 약을 바를 때 말고는 보기가 너무 힘들었다.
오늘은 어제 남은 죽도 먹고 과일도 갈아서 반대쪽으로 빨대로 먹었다. 평소 말이 많은 내가 식탁에서 입을 꾹 다물고 있으니 식사 시간이 적막했다. 아이는 이런 일 있느니 엄마의 소중함을 알 것 같다고 했다. 아침마다 엄마가 얘기 많이 해줘서 즐거웠는데 속상하다고 했다.
나도 이번에 감사함이란 단어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여기서 더 크게 다쳐 진짜 말을 못하게 됐다면 얼마나 답답하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만 해도 무서웠다.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은데 통증 때문에 입을 열기가 너무 어려웠다.
오늘도 자기 전 오라메디를 바르고 잤다.
3일 차
오늘부터 먹는 건 가위로 잘라서 반대쪽으로 그대로 먹었다. 근데 소금물 가글을 자주 해서인지 혀끝이 쪼글쪼글하고 혓바닥이 따끔거렸다. 혀 위에 멍은 좀 나아졌고 혀 밑 넓은 피멍은 아직 그대로였다. 볼 때마다 혐오스럽다. 혀가 욱신거려 말하니 아파 꼭 필요한 말만 하고 지냈다. 오라메디를 자기 전 한 번만 발랐다.
4일 차
혀 욱신거림은 계속되었다. 어느 정도 상처는 아물었기 때문에 오라메디는 중단했다. 또 스테로이드 성분의 약이라 더 쓰고 싶지 않았다. 대신 소금물로 가글을 자주 해주었다. 그리고 이상하게 오라메디 바르고는 잠이 오지 않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 바르고 잤더니 그날은 푹 잤다. 이날부터 먹고 자고 먹고 자고 신생아처럼 그랬다. 여전히 혓바닥이 너무 따가웠다.
5일 차
혀 위의 색깔이 많이 옅어진 게 느껴졌다. 혀 밑에 피 물집도 반은 줄어들었다. 혓바닥이 따갑고 왼쪽 뒷머리가 콕콕 쑤셨다. 혀가 아프니 작은 것 하나까지 신경이 쓰였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많이 호전되었다.
6일 차
혀 위의 피멍은 2/3 정도 사라졌고 혀 밑에 피멍은 반 정도 빠졌다. 혀의 따끔거리는 통증은 여전했고 혀가 아직 살짝 부어있었다. 음식을 자주 먹고 양치를 자주 해서 혀가 더 아픈 것 같기도 해서 음식을 자제하기로 하였다. 자극적인 음식도 금지하고 양치도 조심스럽게 했다.
7일 차
거짓말처럼 많이 호전되었다. 혀 위의 피멍은 거의 다 빠졌고 약간의 통증이 남아있다. 혀 밑 피멍도 짙은 색깔이 조금 남아있다. 혀는 아직 약간 부어있었다. 일주일 동안 거의 말을 아끼며 지냈다.
2주 차
혀의 상처가 있다는 걸 잊고 자극적이고 매운 음식을 자제하고 양도 좀 줄이고 양치를 꼼꼼히 하며 생활한 지 2주가 되는 순간 혀를 보니 혀 위의 피멍은 다 빠졌고 혀 밑의 피 물집도 어느새 다 흡수되어 있었다. 약간의 혀 통증만 있을 뿐이었다. 심한 피멍은 흡수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해서 잔뜩 겁을 먹고 있었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2주가 지나니 거의 다 나아서 너무 감사했다.
오라메디 사용법
처음 오라메디를 발랐을 땐 손만 씻고 손으로 바르는 무모한 짓을 했고 약 바르는 법도 몰라 덩어리진 약을 발라 그게 목구멍으로 넘어가기도 하는 바보 같은 짓도 했다. 정말 무지했다.
오라메디는 1일 1회에서 여러 번 발라도 된다고 되어있다. 하지만 스테로이드 제품이라 증상이 호전되면 즉시 바르는 걸 멈춰야 한다. 절대 7일을 넘겨서는 안 된다.
바를 때는 면봉으로 톡톡 찍어 발라줘야 잘 발린다. 침 때문에 힘들다면 멸균거즈로 침을 닦고 약을 발라주면 된다.
약을 바르기 전 음식 섭취를 하고 약을 바른 후에는 약이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시간을 줘야 하니 약 바른 1~2시간 동안은 음식 섭취를 하지 말아야 한다. 안 그러면 음식과 함께 약을 먹게 된다. 인체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알려졌지만 스테로이드제를 먹어서 좋을 건 없으니깐 꼭 지키도록 하자.
혀 깨물었을 때 주의 사항
혀를 깨물었을 때는 상처를 물로 깨끗이 헹궈주고 멸균거즈로 혀를 지혈해 줘야 한다. 멸균거즈가 없으면 얼음을 물고 있어도 지혈이 된다. 이때 주의할 것은 얼음을 상처에 바로 대면 2차 감염의 우려가 있으니 물에 한번 얼음을 헹구고 물고 있거나 멸균거즈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만약 지혈이 되지 않거나 심하게 혀가 붓는다면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어느 정도 지혈이 되고 나면 세균 감염이 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구강 전용 연고를 상처 부위에 발라주면 상처가 빨리 아문다. 구강 전용 연고는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었다면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있어 즉시 중단하는 것이 좋다.
음식은 부드럽고 자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먹고 양치할 때는 치약이 자극을 줄 수 있어 가글을 사용해도 좋고 소금물을 사용해도 좋다. 빠른 회복을 위해 비타민을 충분히 먹고 과일 채소를 많이 챙겨 먹도록 한다. 충분한 수면은 기본이다. 그리고 음식 먹을 때 천천히 씹고 음식은 되도록 잘게 잘라서 먹어 또 다시 혀를 깨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번에 혀를 깨물고 낫는 과정에서 느낀 바가 컸다. 나의 혀가 얼마나 소중한 지 깨달았고 말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되었다. 이 소중한 입으로 앞으로는 바르고 예쁜 말만 하기로 마음 속으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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