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하루를 보내다.
태양의 나라이자 유럽 여행하면 떠오르는 로망의 나라 스페인에 도착했다.
우리의 시작은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였다.
마드리드에서 스페인 음식을 먹기 전엔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햇반이랑 김이랑 라면도 챙겨 왔었다.
그런데 웬걸 스페인 음식 나의 입맛에 아주 잘 맞았다.
살이 찔 정도로 너무 맛있어서 탈이었다.
스페인은 진짜 맛집 찾아다니는 재미로 여행 와도 좋다 싶을 정도로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았다.
푸에르타 델 솔(Sol) 광장에 도착하다.
우린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공항에서 우버를 불러 숙소 근처 솔 광장으로 먼저 이동하기로 했다.
그런데 우버는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으나 우린 우버 픽업 장소를 찾지 못해 한참 헤맸다.
알고 보니 공항 건물 밖에 우버 픽업하는 곳이 따로 있었다.
어쨌든 우린 우버를 타고 무사히 솔 광장에 도착했다.
유럽의 소매치기 명성을 익히 들은 터라 엄청나게 긴장하고 경계하면서 내렸다.
솔 광장엔 많은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솔 광장 오른편에는 마드로뇨라고 불리는 산딸기를 먹는 곰 동상이 있다.
마드리드의 옛 지명이 곰의 땅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서 상징적으로 세운 동상이다.
곰 동상의 왼쪽 뒤꿈치를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속설이 있어 사람들이 줄 서서 만지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곰 동상에서 조금만 들어오면 스페인의 계몽 군주 카를로스 3세 기마상과 분수도 보인다.
스페인 각 지역의 거리를 계산하는 기준점이 되는 곳으로 유명한 킬로미터 제로 표식에서도 사진을 남겼다.
이곳을 밟고 지나가면 다시 마드리드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전설이 있어 나도 한번 밟고 지나가 보았다.
다시 마드리드에 올 수 있으면 좋겠다.
기분 좋은 마드리드 여행의 시작이었다.
산히네스(San Gines), 인생 추로스를 만나다.
솔 광장을 지나 현지 통신사에 들러 유심을 사서 끼우고 나니 배가 살짝 고팠다.
우린 근처에 유명한 추로스 가게인 산히네스에 가서 추로스랑 초콜릿 라테를 먹기로 했다.
밀가루 음식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고 특히 기름진 음식은 좋아하지 않아서 기대는 거의 없이 유명하니 가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갔었다.
그리고 난 산히네스를 만나기 전에 마음 한편에 살짝 추로스가 추로스 지라는 건방진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먹어보면 안다.
왜 세계인들이 줄을 서서 먹게 되는지를 말이다.
우린 야외 테이블에서 추로스와 잔에 담긴 초콜릿 라테를 먹고 싶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고 사람들이 줄 서 있길래 같이 서서 테이크아웃 포장만 되는 곳에서 추로스와 초콜릿 라테를 받았다.
나중에 보니 왼쪽 가게에서 주문해야 테이블에 앉아 추로스와 잔에 담긴 초코 라테를 먹을 수 있었고 오른쪽에서는 테이크아웃만 되는 곳이었다
우린 테이크아웃한 봉투를 들고 왼쪽 가게 야외 테이블에 앉아 먹었다.
근데 우와! 진짜 맛있었다. 인생 추로스 맛집 인정이었다.
추로스는 잘 튀겨져 바삭하고 기름 맛이 잘 어우러져 고소했다.
자꾸 먹고 싶은 맛이었다.
초콜릿 라테는 달지 않고 진하고 너무 맛있었다.
나중에 바르셀로나에서 유명한 추로스 집에서도 추로스를 먹게 되면서 진짜 여기가 최고인 걸 느끼게 되었다.
여기 맛을 따라올 수가 없다.
산히네스에서 여러 번 먹고 올 걸 나중에 바르셀로나 가서 후회했다.
참고로 화장실이 내부에 있는데 깨끗해서 한 번 갔다 오는 게 좋다.
유럽은 화장실을 돈 내고 가야 하므로 가게에서 꼭 화장실을 습관처럼 들러야 한다.
추로스로 당 보충하고 숙소를 찾아 케리어를 끌고 가고 있었는데 저 멀리 정말 어마어마한 줄이 있는 곳이 있어 눈을 돌렸다.
그 유명한 오징어튀김 샌드위치 가게였다.
바로 먹고 싶었지만 줄이 너무 길어 저녁에 방문하기로 했다.
티켓을 가지고도 마드리드 왕궁 입장을 못 하다.
숙소에 짐을 풀고 시차 적응이 너무 힘들어 방에 조금 누워있다 나간다는 게 시간이 많이 지나서 잠에서 깨게 되었다.
그래서 마드리드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마드리드 왕궁으로 우린 오후 2시 45분이 되어서야 출발하게 되었다.
우리가 가진 입장 티켓은 오후 2시 30분이었다.
이때만 해도 티켓이 있는네 조금 늦어도 들여보내 줄 거라고 생각했다.
현장에 도착했는데 마드리드 왕궁 입구에 줄이 길게 서 있었다.
우린 한참 줄을 서서 입장하는 줄 입구에 도달했을 때가 3시 05분이었다.
그런데 직원이 갑자기 우리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했다.
3시에 입장이 마감돼서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분명히 4시까지 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미친 소리인가?
아무리 말해도 시간이 넘어서 들여보내 줄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 먼 마드리드에 와서 왕궁을 못 간다는 게 충격이어서 머릿속이 갑자기 하얘졌다.
하지만 여긴 스페인이다. 안 된다고 하면 끝이었다.
그래도 그날 저녁 너무 억울해서 업체에 얘기했더니 환불은 바로 해주었다.
또 이를 계기로 스페인 여행 중 예약한 곳은 적어도 30분 전에 도착해 줄을 섰기 때문에 다른 곳에선 입장을 못 하는 일은 돌아갈 때까지는 없었다.
알무데나 성모 대성당, 슬픈 마음을 평화롭게 달래주다.
마드리드 왕궁 입장을 거부당하고 멍하니 왕궁 앞에 앉아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바로 옆에 알무데나 성모 대성당이 눈에 들어왔다.
성당 1층은 무료입장이 가능하다고 해서 한번 들어가 보았다.
그런데 내부는 생각보다 너무 성스럽고 아름다웠다.
2층엔 마리아상 제단이 있었고 일반인들도 줄 서서 올라갈 수 있었다.
왠지 모르게 약간은 뾰족한 마음이 둥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니 마드리드 왕궁에 대한 미련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우린 시차로 인해 정신이 이상하기도 해서 대성당에서 나와 일단 숙소로 돌아와 두 시간을 자버렸다.
원래 우리의 계획은 마드리드 왕궁을 구경하고 부엔 레티로 공원으로 갈 예정이었다.
레티로 공원에 가서 배도 타고 수정궁에서 인생사진도 찍고 기억의 숲도 거닐어보려고 했었다.
그리고 프리도 미술관이 근처에 있으니 월-토요일엔 오후 6-8시까지 / 일요일 및 공휴일은 오후 5-7시까지 무료입장이 가능하다는 해서 그 유명한 고야, 프라 안젤리코, 렘브란트 등의 작품을 만나러 가려는 일정이었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니 벌써 저녁이었다.
오징어튀김 샌드위치 가게(Bar La Campana), 맛이 진짜 미쳤다.
그리고 갑자기 마드리드 왕궁 못 들어간 생각에 또 속상한 마음이 밀려왔다.
그때 오징어튀김 샌드위치 가게가 생각나 그쪽으로 가보았다.
저녁이라 그런지 오른쪽 테이크아웃하는 줄만 사람이 좀 있고 매장 줄은 없어서 얼른 가게로 들어갔다.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옆 테이블 노부부가 우리 보고 진짜 맛있다고 표정과 엄지 척으로 말해주셨다.
먹기 전부터 기대치가 확 올라갔다.
주문한 오징어튀김 샌드위치를 보는 순간 이게 뭐 맛있겠느냐는 생각이 드는 비주얼이었다.
그냥 바게트에 오징어를 튀겨서 넣은 게 전부였다.
근데 한입 베어문 순간 뭐지? 이 부드러운 오징어튀김의 식감.
너~무 맛있다.
같이 준 올리브는 느끼할 때 한 입 베어 물면 그만이었다.
마요네즈는 달라고 하면 줘서 찍어 먹어도 뿌려 먹어도 맛있었다.
진짜 맛집 인정 너무 맛있었다.
이건 꼭 먹어야 한다.
가게 앞에 긴 줄을 선 사람들의 마음을 이제는 이해가 되었다.
스페인의 밤은 아름답다.
가성비 최고인 저녁을 맛있게 먹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러 마드리드 왕궁으로 다시 가보기로 했다.
왕궁으로 가는 길에 마요르광장을 지나게 되었는데 낮에 갔을 때는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그곳은 밤엔 가로등 불빛에 너무 아름다웠다.
이 아름다움을 놓칠 수 없어 마구 사진도 찍었다.
마드리드 왕궁은 낮에와는 또 다른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왕궁과 성당 사이에 바이올린을 켜는 연주 소리, 큰 곰 탈을 쓰고 춤을 추는 사람, 멋진 일몰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다웠다.
그냥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산미구엘 시장,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마드리드 왕궁 주변의 야경을 즐기고 숙소로 가는 중 산미구엘 시장의 불이 환하게 들어온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우리를 부르는 것 같이 빨려 들어갔다.
들어간 순간 여긴 그냥 대낮이었다.
샹그리아 한잔에 타파스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우리도 유명한 가성비 타파스 집의 긴 줄에 합류했다.
가격에 비해 퀄리티가 아주 좋았다.
우린 문어 타파스 2개, 맛있어 보이는 종류가 다른 대구 살 타파스 3개 이렇게 5개를 주문했다.
진짜 하나하나 다 맛있었다.
배가 잔뜩 불러 기분이 좋아진 우린 숙소로 돌아와 내일 아침 톨레도에 가기 위해 일찍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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