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도시
세비야에 가다.
첫날 황금의 탑과 스페인 광장을 구경하고 숙소에 돌아와 메르카도나 마트에서 사 온 하몽 햄과 빵으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였다.
내일은 세비야 대성당, 플라멩코 공연, 메트로폴 파라솔까지 바쁜 일정이 이어질 거라 우린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3. 살바도르 성당
다음 날 아침에 챙겨 온 라면이랑 햇반으로 간단히 한 끼를 해결했다.
세비야 대성당을 가기 전 세비야 대성당과 더불어 살바도르 성당에 갈 수 있는 통합권을 끊었기 때문에 오전에 살바도르 성당을 둘러보기로 했다.
살바도르 성당에 들어서면 QR코드를 찍을 수 있는 안내판이 나온다.
한국어로 된 QR코드를 찍으면 내부 지도가 잘 나와 있어 편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살바도르 성당은 세비야에 있는 바로크양식의 천주교 성당이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정말 조각이 섬세하고 입체적이어서 여러 각도로 봐도 다 아름다웠다.
세비야 대성당보다 사람들이 적어서 조용하고 더 성스러운 느낌도 들었다.
+ Bar El Comercio
(추로스 맛집)
살바도르 성당을 둘러보고 배가 출출해서 근처 추로스 맛집이라는 곳을 들렀다.
1904년에 오픈한 이 집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입구에 들어섰을 때 줄을 서야 하나 싶었는데 사람들을 지켜보니 매장 안으로 들어가 빈자리에 앉고 있었다.
우리도 얼른 다 먹고 일어나는 사람들의 자리에 앉고 주문을 기다렸다.
우린 추로스와 초콜릿 라테를 주문한 뒤 심심해서 주변을 둘러보니 직원이 추로스를 튀기는 모습이 보였다.
수도꼭지 같은 곳에서 밀가루 반죽이 가래떡처럼 나오면 그게 기름에서 똬리를 틀며 튀겨지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나게 간단하고 빠르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어느덧 주문한 추로스와 초콜릿 라테가 나와 맛을 보았다.
우리가 마드리스에서 최고의 추로스를 먹고 온 뒤라 그런지 이 추로스도 맛있었지만 마드리드의 추로스보다는 못했다.
초콜릿 라테도 맛있었지만 마드리드 초콜릿 라테보다 조금 묽은 맛이었다.
그래도 맛은 좋았다.
+ Gusto
(먹물 빠에야 맛집)
우린 추로스로 당 충전을 한 후 세비야 대성당 예약이 2시라 시간이 많이 남았다.
남은 시간 동안 세비야 대성당 근처 예쁜 골목길을 조금 걸었다.
골목골목마다 아기자기하고 예뻐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골목 구경을 했더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어 배가 고파왔다.
세비야 오면 꼭 먹어봐야 할 먹물 빠에야 맛집이 있어서 그곳으로 향했다.
평일인데도 가게 안은 사람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양이 엄청나게 많다고 해서 우린 먹물 빠에야 하나를 주문했다.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음식이 나오는 데 거의 40분이 걸렸다.
직원이 먹물 빠에야를 개인 접시에 직접 정성스럽게 덜어줬고 먹어 보니 먹물 빠에야 맛도 너무 좋았다.
스페인 빠에야가 좀 짠 편인데 간도 딱 맞고 같이 주는 마요네즈 같은 소스에 비벼 먹으니 진짜 맛있었다.
먹물 빠에야 맛집 인정인 집이었다.
단 가격이 조금 비쌌다.
그래도 여행 왔는데 먹고 싶은 건 먹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4. 세비아 대성당
점심을 맛있게 먹고 세비야 대성당에 들어가기 위해 입장하는 줄을 섰다.
세비야 대성당에는 치마를 입거나 반바지를 입은 상태에서는 입장이 불가하다고 해서 복장도 신경 써서 입고 왔다.
줄은 금세 줄었고 티켓을 확인하고 세비야 대성당으로 들어섰다.
난 세비야 대성당에 있는 유명한 콜럼버스 관을 보고 싶어 왔다.
콜럼버스는 이사벨 여왕의 후원으로 여러 번의 항해를 떠났지만 인도를 찾는데 실패했다.
그 결과 재산과 직위를 압수당한 콜럼버스는 비참한 노년을 보내게 된다.
그래서 콜럼버스는 자신이 죽으면 절대 스페인 땅에 묻지 말아 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세비야 대성당 안의 관을 보면 네 명의 왕이 청동으로 만든 관을 메고 서 있다.
자세히 보면 앞에 두 왕은 고개를 들고 서 있고 뒤에 두 왕은 고개를 숙이고 서 있다.
앞에 두 왕은 콜럼버스의 항해에 동의한 왕으로 카스티야와 레온의 왕이다.
뒤에 고개를 숙인 두 왕은 아라곤과 나바라 왕이다.
대성당의 화려함 속에서 단연 눈에 들어온 것은 천 개의 조각상으로 이루진 중앙이었다.
예수의 생애를 조각한 전면제단은 실제로 보면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내부는 화려하고 성스러웠다.
개인적으로 이 스테인드글라스로 들어오는 빛이 너무 예뻐서 마음에 들었다.
대성당 내부를 구경하고 히랄다탑에 올라가기 위해 티켓검사를 하고 한 5분 정도 걸어서 올라갔다.
보통은 계단으로 되어 있지만 여기 내부에는 말을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유선형의 경사로 이루어져 있었다.
34층의 초고층 건물로 올라가는 면에 번호가 쓰여 있어서 내가 얼마나 올라왔는지 알 수 있어 좋았다.
올라가는 길은 넓은 편이었고 올라가는 중간 중간에 경치를 볼 수 있는 창들이 나 있어 좋았다.
그래서 올라가는 길은 수월했다.
세비야의 랜드마크인 히랄다탑 꼭대기에 올라가면 탁 트인 세비야 전망을 기대했었다.
그런데 안전상의 이유로 꼭대기엔 쇠창살이 설치되어 있어 아쉬웠다.
그래도 탑 사면으로 세비야 도시를 볼 수 있는 풍경이 다 나와서 정말 이쁘긴 했다.
마침 우리가 있을 때 탑 꼭대기에 있던 종이 울리는 시간이라 그 점이 참 좋았다.
내부를 구경하고 나오면 대성당의 오렌지 정원을 구경할 수 있다.
고딕 양식의 세비야 대성당과 정원의 푸르른 나무가 너무나 잘 어울렸다.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로 우리도 오렌지 나무와 세비야 대성당을 배경으로 사진 한 컷 남기고 이곳을 나왔다.
5. 플라멩코 공연
스페인에 왔으면 플라멩코 공연은 꼭 한번 보고 싶어 플라멩코 박물관에서 하는 공연을 예약하고 왔었다.
무대는 그렇게 넓지 않았고 우리가 갔을 때는 사람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둘째 줄까지가 제일 잘 보인다고 해서 일찍 오려고 했으나 앞쪽에 앉으려면 1시간 전에는 와야 한다고 들어서 그냥 우린 늦게 가 뒤쪽에 앉았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다고 안내해 주어 온전히 공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관록이 느껴지는 중년 배우들이 공연을 시작했다.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무언가 강렬한 눈빛이 나를 사로잡았다.
뭔가 압도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공연이 한 시간이었는데 시간이 정말 빨리 가 나조차 놀랬다.
그만큼 몰입감 입게 플라멩코를 추는 모습이 감명 깊었다.
스페인에 오면 꼭 플라멩코 공연은 꼭 보아야 할 필수 코스인 것 같다.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은 공연이었다.
6. 메트로폴 파라솔
열정적인 플라멩코 공연을 보고 7시 30분에 예약을 해 둔 메트로폴 파라솔 전망대로 향했다.
꼭 벌집 모양처럼 생긴 독특한 모양의 목조 건물이라 인상 깊었다.
처음 도착해 우린 들어가는 입구를 찾지 못해서 조금 헤맸다.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겨우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지 말고 1층 에스컬레이터를 지나 왼쪽 아래로 내려가는 길로 가면 되었다.
표를 확인하고 전망대로 올라가 보았다.
세비야 시내가 한눈에 들어와 시야가 확 트인 느낌을 받았다.
독특한 벌집 모양도 신기했다.
세비야 전경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어둠이 내린다.
우리가 7시 30분에 입장 예약한 이유가 8시에 일몰이 시작하기 때문이었다.
8시 45분쯤 되니 벌집 모양에 조명이 들어와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 조명이 더해져 야간에 느낄 수 있는 독특하고 황홀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참고로 사진도 조명 빛을 잘 활용하면 진짜 예쁘게 나왔다.
이렇게 우린 세비야의 야경까지 마음껏 즐기고 내일을 위해 간단한 간식을 사서 숙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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