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는
에펠탑이 다했다.
세계 여행에서 사람들이 꼭 가야 할 곳으로 뽑히는 프랑스 파리에 드디어 왔다.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모나리자, 비너스상, 함무라비 법전 등을 볼 수 있는 곳.
낮에도 멋지고 밤에도 반짝반짝 빛이 나는 에펠탑을 만날 수 있는 곳.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모네의 수련 연작을 내 눈에 담을 수 있는 곳.
마리 앙투아네트 여왕이 단두대에 오르기 전에 머물렀던 방을 직접 볼 수 있는 곳.
어떠한 멋진 수식어를 붙여도 모자란 프랑스 파리의 설레는 여행이 시작되었다.
1. 루브르박물관
프랑스 파리 하면 생각나는 게 루브르 박물관이다.
규모도 크고 작품도 방대하여 우리 노력만으로는 도저히 제대로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우린 미술 전공을 하신 가이드님을 찾아 투어를 신청해서 갔다.
소규모 투어라 우리 포함 두 가족이 가이드님을 따라 투어를 시작했다.
가이드님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에 있는 바로크 시대의 유명한 화가 루벤스 그림으로 우릴 안내했다.
마리의 왕비 대관식 다음날 앙리 4세가 암살당했다는 얘기를 해주시며 작품 설명을 시작했다.
당시 왕비인 마리가 죽음의 배후에 있다고 추측되었다고 한다.
왕비 마리는 앙리 4세가 죽고 어린 루이 13세를 대신해 섭정하며 권력을 장악한다.
이후 루이 13세와 마리 왕비 사이에 귀족들의 이간질이 시작된다.
루이 13세가 성인이 되어 권력을 잡고 난 다음 메리는 유배를 가게 된다.
왕비 마리는 권력을 다시 잡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키지만 실패하여 외국에서 쓸쓸히 사망한다.
루벤스는 마리 드 메리치의 일대기를 거대한 캔버스 유화로 그리며 큰 명성을 얻게 된다.
당시 사람뿐만 아니라 꽃, 동물 등도 다 잘 그렸던 루벤스는 밀려드는 주문을 해결하기 위해 분업시스템을 활용한다.
시간이 없는 루벤스는 분업 시스템을 활용해 꽃과 동물은 다른 화가에게 그리게 한다.
참 머리도 좋아 부와 명예를 다 가졌던 화가 루벤스였다.
우린 가이드님을 따라 0층으로 표시된 곳에 있는 함무라비 법전을 보러 이동했다.
바빌론을 통치한 함무라비 왕이 만든 고대 법전이며
높이 2.25m 되는 돌기둥의 게시법이다.
그 유명한 탈리오의 법칙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는 말이 쐐기문자로 적혀 있었다.
쐐기문자를 처음 본 우린 신기하기도 했고 가이드님이 돌에 빼곡히 적힌 법들의 중요한 부분을 설명해 주셔서 좋았다.
우린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각 집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라고 알려진 라마수의 부조를 보러 이동했다.
가이드님은 우르크 왕 길가메시의 조각상을 보며 당시 수메르 민족의 모습을 상세히 설명해 주셨다.
성경과 관련된 이야기가 담겨 있었던 길가메시 서사시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당시 위대한 왕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상상의 동물인 라마수는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고 황소의 몸과 새의 날개를 가지고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 고대 이집트 고왕국 시대에 화강암으로 제작된 스핑크스 대석상을 구경하고 다시 계단으로 올라왔다.
저 멀리 많은 조각상 끝 쪽에 사람들로 가득 찬 곳이 보였다.
가이드님을 따라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니 책에서만 보던 그 유명한 밀로의 비너스상이 있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묘사한 것이란 설명을 들으며 조각상을 자세히 보았다.
생각보다 크기가 상당히 커서 놀랬다.
현재 팔이 없는데 사라진 팔의 위치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했다.
밀로라는 섬에서 발견되어서 밀로의 비너스상이라고 불린다.
완벽하게 이상적인 인체구조의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하반신에 두른 천이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어 신비한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드농관의 큰 계단 난간에 많은 관람객들이 모여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날개를 단 사모트라케의 니케 조각상을 보려고 모여든 사람들이었다.
이 조각상은 사모트라케라는 섬에서 발견되었으며 니케는 승리의 여신을 칭하는 말이다.
가이드님은 헬레니즘 시기를 대표하는 조각상이라며 조각이 있던 위치와 작품의 특징을 설명해 주셨다.
사진 찍는 포인트도 알려주셔서 예쁘게 찍었다.
가이드님이 사람들 사이로 지나가다 예쁜 왕관에서도 사진을 찍어 주셨다.
우리가 도착한 모나리자 그림이 있는 그 방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복잡했다.
박물관에 있는 사람들이 다 여기 있는 느낌이었다.
정말 모나리자를 앞에 두고도 사람에 치여서 자세히 볼 수도 없었다.
겨우 앞줄에 갔을 때 3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앞에 줄을 걷어내고 다음 사람을 위해 나오라고 했다.
생각보다 모나리자 그림은 너무 작았다.
모나리자의 입체감을 느낄 틈도 없었다.
정말 여유가 하나도 없는 그림 감상이었다.
19세기 프랑스 낭만주의 화가인 외젠 들라크라우가 그린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직접 보니 감명스러웠다.
가이드님이 가운데 있는 자유의 여신은 프랑스를 상징하는 의인화한 인물인 마르안느라는 말로 설명을 시작하셨다.
왼쪽 검은 모자를 쓰고 총을 든 사람이 들라크루아 자신을 그린 거라고도 하셨다.
왼손에는 총을 들고 오른손에 혁명의 상징인 삼색기를 휘날리며 민중을 이끄는 마르안느의 모습이 아직도 내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진짜 명화는 직접 보게 되면 왜 명화인지 알 수 있게 된다.
가이드님은 메두사호의 뗏목이라는 작품 앞에 우리를 서게 하셨다.
그림 앞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메워져 있었다.
배가 침몰한 후 뗏목을 타고 굶주림과 죽음 속에서 바다를 표류하다 구조되는 선원들을 그린 작품이라고 하셨다.
직접 가까이서 보면 죽은 아들을 끌어안고 있는 노인의 황망한 모습
뗏목에 흩어져있는 시체들
작품의 섬세한 묘사에 심취해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자크 루이 다비드는 나폴레옹 황제의 전속 화가로 황제에 대한 존경심과 충성심을 표현하는데 타고난 사람이었다.
그의 최고 작품이 나폴레옹의 대관식이다.
대관식은 황제의 머리에 왕관을 씌워 주며 새로운 황제의 탄생을 알리는 것인데 그림을 보면 왕관을 받는 사람이 황제가 아니라 황후이다.
나폴레옹의 머리엔 이미 월계관이 씌워져 있고 아내인 조제핀에게 왕관을 씌워주고 있다.
이것은 나폴레옹이 이미 교황보다 자신이 강한 존재임을 알리고 싶은 의도가 담겨있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교황을 무시하는 대관식 장면에 시민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할 것 같아 조제핀에게 왕관을 씌워주는 모습을 그렸다고 알려져 있다.
가이드님의 설명을 듣고 작품을 자세히 보게 되면 작품에 숨어 있는 많은 이야기를 느낄 수 있어 나에게 완전 다른 작품으로 다가왔다.
루브르 박물관은 가이드 투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안에 이 방대한 작품을 만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말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며칠을 박물관에 머무르며 작품을 천천히 감상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2. 오랑주리 미술관
오랑주리 미술관은 프랑스 근대 회화를 전시하는 미술관이다.
인상파와 후기 인상주의 미술관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작품이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작이다.
나도 이 수련 연작을 보러 이곳에 왔다.
수련연작이 있는 방에 들어섰을 때 감탄에 입이 절로 벌어졌다.
크고 긴 그림에 한번 놀라고 색감과 터치감에 또 한 번 놀랐다.
중앙에 소파가 있다.
거기서 모네의 수련 연작을 보고 있으면 마치 내가 정원에 앉아 수련이 핀 연못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 외에도 많은 작품들이 있었지만
나에게 오랑주리 미술관은
수련 연작이 다했다.
3. 오르세 미술관
파리 오르세 미술관은 기차역을 개조해서 만든 미술관이라 시야가 탁 트여 있어 여느 답답한 미술관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달랐다.
관람 동선은 무조건 5층부터 1층으로 내려오는 걸 추천한다.
5층에는 우리가 아는 인상주의 작품들이 많아 작품 보기가 편했다.
오르세 미술관에 있는 작품들은 미술에 관심이 적은 사람들도 그림을 보고 딱 누구의 작품인지 알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았다.
우리가 아는 빈센트 반 고흐, 클로드 모네, 르누아르, 고갱, 장 프랑수아 밀레 등 정말 유명한 화가의 작품들을 여기 다 쏟아놓은 듯했다.
책이나 미디어에서 많이 보던 작품들이라 보는 내내 재미도 있었고 시간도 빨리 갔다.
4. 콩시에르주리
콩시에르주리는 파리 시테섬 서쪽, 노트르담 사원 근처에 있다.
14세기에 건립되어 왕궁의 고문서 및 보물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곳이었으나
15세기부터 죄수를 가두는 감옥으로 사용되었다.
프랑스혁명 동안 마리 앙투아네트가 있던 감옥으로 유명하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죄수 번호는 280번이었다.
그녀가 있었던 작은 방을 보는 순간 인생이 참 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의 여왕이 마지막에 머물렀던 곳에는 마리 앙투아네트가 단두대에 올라가기 전 머리를 잘랐던 가위와 머리카락을 그때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게 해 놓았다.
파리를 떠나고도 그녀의 감옥 방을 본 순간이 머릿속에 오래 남을 만큼 나에겐 강렬했다.
5. 상트 샤펠
생트샤펠은 파리의 시테섬 서쪽에 있는 프랑스 후기 고딕 양식의 성당이다.
프랑스어로 성스러운 성당이란 뜻을 가졌다.
우린 조금 늦게 도착해 곧바로 계단을 올라 성당 2층으로 올라갔다.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이 중세 종교 건축물의 가장 중요한 장식이라고 말하는 장미창이었다.
창에 빼곡히 그려진 그림이 인상 깊었다.
정말 성당 안에 들어가면 왜 이름이 성스러운 성당인지 느낄 수 있었다.
2층 성당에 화려하고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에 빛이 들어오면 성당 안은 어느 곳보다 신비스러운 곳으로 바뀌게 된다.
내가 마법의 세계에 온 건가 착각이 들기도 했다.
6. 에펠탑
에펠탑은 매시간 정시가 되면 수많은 전구가 아름다운 빛을 뿜어낸다.
환상적인 에펠탑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늦은 시간까지 밝게 빛나는 에펠탑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북적였다.
가까이에서 보니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
에펠탑 앞에는 파르페를 파는 노점이 몇 있었다.
우린 딸기 파르페로 먹었는데 지금도 생각날 정도로 정말 맛있었다.
7. 에투알 개선문
지하철을 타고 파리 시내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개선문으로 향했다.
파리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에투알 개선문은 겉에서 보는 건 무료이다.
개선문 꼭대기 전망대는 입장료를 내야 한다.
우린 뮤지엄 패스 소지자라서 예약 없이 입장이 가능했다.
에펠탑이 정시에 조명이 들어오기 때문에 그걸 보려고 조금 일찍부터 개선문 옥상으로 올라가는 줄을 섰다.
사람들이 진짜 많았다.
줄도 엄청나게 길어 고생했다.
긴 대기 줄 다음으로는 옥상까지 올라가는 방사형 구조의 284개의 지옥 계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저질 체력의 소유자인 나는 올라가는 동안 다리가 부서지는 줄 알았다.
개선문 옥상에 올라가는 순간 그 힘듦은 다 사라졌다.
탁 트인 방사형 구조의 12개의 교차로가 밝게 빛을 내고 있었다.
저녁 8시 조명이 들어와 반짝이는 에펠탑이 눈에 들어왔다.
멀리 보이는 샹젤리제 거리도 이름 그대로 아름다웠다.
모든 것이 아름다운 파리였다.
+ 노트르담 대성당
노트르담 대성당은 2019년 화재로 인해 아직 복원 공사 중이었다.
아쉽게도 외관만 보고 안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너무 아쉬워서 외관을 가까이에 가서 보니 건축물에 새겨진 문양이나 조각들이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파리에 오면 꼭 노트르담 대성당을 가보고 싶었는데 너무 아쉬웠다.
+ 파리의 유람선
파리의 유람선은 2개가 있다.
바토 파리지엥과 바토 무슈이다.
화장실 깨끗한 거 좋아하신 분은 무조건 바토 파리지엥을 선택하면 된다.
편하게 사진 찍고 싶은 분들은 무조건 바토 무슈를 타면 된다.
처음에 탈 때는 오른쪽 자리를 추천한다.
배가 회전하면 왼쪽 자리가 더 좋았다.
3일간의 일정으로 파리에 머물렀고 심지어 비까지 많이 와서 야외 일정에 어려움이 있었다.
드넓고 아름다운 베르사유 궁전과 초상화를 꼭 그려보고 싶었던 몽마르트 언덕에 가질 못했다.
화재로 공사 중인 노트르담 대성당 내부에도 꼭 들어가고 싶다.
파리는 다시 한번 오고 싶은 여행지로 내 마음에 저장할 이유가 늘었다.
파리는 자유롭고 아름답고 낭만적인 도시였다.
파리는 언제나 매력적인 도시다.